끄적임 2 ' 익숙한 게
같은 건 아니었어'

by 우여나
머무름.jpg



매일 마시는 커피가 어느 순간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마셔보지도 않고 그날의 커피 맛을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기는 나의 습관적인 생각.


하지만 오늘따라 그 습관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익숙하다는 것이
같다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오감을 느끼는 일을 왜 이리 귀찮아했을까?


단골 카페 사장님이 말한 적 있었다.
“원두의 상태와 날씨에 따라
그날의 추출 세팅값을 매일 다르게 해요.”

이 얘기가 아무래도
귓구멍 속으로 들어가기는커녕,
귀를 스스로 닫고 있었던 듯하다.


진짜 듣는 감각조차 잊고 산지 오래.


그 말과 함께 떠오른 생각.

나는 늘 그 순간의 맛을 느끼기보다는

이 카페의 커피 맛이라고 그냥 ‘퉁’ 쳐버리면서,
미각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채 몇 년을 흘려보냈다는 걸...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는 커피지만,
그중 어느 한 잔도 ‘정확히 같은 커피’는 없었다는 사실이
뭔지 모르게 나를 소름 끼치게 했다.


공포나 서늘함의 소름이 아니라,
꽉 막혀 있던 공간에 찬 공기가 확 들어와서 놀란 느낌?


과장해서 말하자면,
‘전율’ 비스꾸무리...


소름 끼친 이유는
익숙한데 너무 새로워서 오히려 생경한 느낌,
그리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았는지에 대한 놀라움이
뒤섞여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익숙한데 낯선,
그 상반된 단어의 조합이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늘 지나던 길의 나무는
매일 색깔을 바꿔 입고 있었고,

오늘따라 라일락 꽃향기는
왜 노래 가사에 자주 등장했는지,
그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머무름.
내 오감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잠시 동안의 머무름이
늘 반복되던 나의 출근길을
유독 다르게 만들었다.


익숙함이라는 단어에 가려진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선
‘머무름’이라는 기술을 앞으로 더 익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일단, 머물러야
감각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겠지.. ^___^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아니어도

그저 자유롭게 적어 볼 용기


지금 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

그냥 흩어지지 않도록

[오늘의 끄적임]을 이어가 보려구요

^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