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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17. 2022

12. 2차 경영진 보고 끝, 자체 중간점검

지난 6개월간의 고군분투 끝에, 자 이제 시작이야!

오늘은 1여 년간의 사내벤처 기간 중, 이제 시간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절반쯤은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스스로 해보는 중간점검 겸 지난 6개월간의 소회를 기록해본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내게 사내벤처는 에고박살 그리고 알을 깨고 나오는 경험이였다


처음 이 사내벤처 1년간의 기록을 해보겠노라 했을 애초의 기획 의도라면 12번째 기록이니까, 3개월치 이야기여야 맞지만, 벌써 6개월이 훨씬 넘게 지났다. 주마다 기록하겠다던 초반의 목표처럼 주간 기록을 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나 혼자 하면 되는 글쓰기 조차도 내가 처음 기획한 대로 실행하기가 어렵다.


만약 내가 간단하게 글 자체를 일기 형식으로 적었다면 기획 의도에 맞게 발행이 가능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지란 생각에 무게를 갖고 쓰다 보니 실제 사내벤처 일기+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함께 넣어보겠다는 욕심이 됐고, 그랬기에 너무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되거나 너무 사적인 우리네의 이야기밖에 없을 때에는 글쓰기를 스킵해버리게 되었다. 차라리 가볍게 일기처럼 적어둘걸 하는 후회도 남는다.


이렇듯 내가 혼자 하는 일 하나도 기획 의도와 실제 실행 간의 완벽한 일치나 합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니 타인과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하는 일들은, 심지어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부서들이 다른 가치관과 지향점을 가진 누군가와 앙상블을 이루어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 건 일은 아무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결국 모든 일들이 내 맘처럼 안 되는 건 어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거니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해가며 그래도 기나긴 1년이라는 망망대해 가운데에서 초보 항해사지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자 애를 쓰고, 마음도 썼던 우리 넷 모두 고생이 많았다.


2차 경영진 보고는 예상보다 더 잘 끝났다. 무슨 일을 할 때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하는데, 내가 경영진 이어도 딱히 2차 보고는 이미 방향성을 승인받은 상태에서 이제 베타 테스트를 해보겠다는데 , 너무 논리적 흐름이 별로지 않는 이상은 브레이크를 걸 순 없다. 그래서 어쩜 이번 보고는 최악만 피하면 되는 정해진 게임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최종보고에서는진짜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정이라는 제일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보스몹 과제가 남았지만, 최종 보고를 위한 베타 테스트가 드디어 7월 13일에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오픈한다. 18일에는 첫 펀딩도 오픈한다. 감격의 눈물을 흘려도 되나


아직 외부인 대상 정식 오픈도 아니고 사업화가 된 것도, 분사를 한 것도 아니지만은 그저 이 오픈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어오는 이 과정 역시도 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특히 정말 MVP시행을 앞둔, 2차 보고 준비하면서는 더더욱 그랬던 거 같다.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 버린 사업모델을 가지고 설득하는 자료 작성하는 자료를 구성하는 일도, 그걸 발표해야 하는 우리 넷의 마음을 맞추는 일도, 그냥 모든 게 어려웠다.


이제야 무사히 끝났으니 말하지만 야근하다가 의견 충돌을 겪은 밤도 있었고, 그날 밤엔 처음으로 여태껏 6개월간 참아왔던 서러움과 분노도 폭발시키기도 했다.(물론 공개적으론 아니고 대나무 숲에,,) 항상 사람이 아닌, 일의 어려움은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부해왔는데 생각하고 결정할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인 사업은 어려운 거구나 매 순간 느꼈다.


우리가 하는 현재 형태는 어찌 보면 동업(?)에 가깝다. 예부터 흔히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심지어 우리가 마음을 맞춰 동업하겠다고 모인 사이도 아니고 각자 사내벤처에 지원해 각출되어 모인 사람들이며 이 사업의 진짜 주인 회사 눈치도 봐야 하니 극고난이도의 동업이라 더욱 어려울 수밖에, 매일매일이 동상이몽이 무엇인지 절실히 도 깨닫는 날들이었다.


심지어 딱히 네 명 사이에 리더도 없으니, 의견 대립이 끝까지 결정 나지 못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매일매일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게 맞다고 우겨봐야 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해내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만약 기존 회사처럼 직급에 따른 그저 경력에 따른 형식적인 리더가 선정돼서 있는 거라면 지금처럼 리더가 없는 시스템이 어쩌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면 우리가 프로젝트를 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하는 거니까 말이다. 상명하복이나 위계질서에 따른 효율적이랍시고 내려지는 의사결정이나, 일의 분배가 이루어졌다면 답답함은 덜했겠지만 지금 우리의 아웃풋보다 더 좋았을지는 의문이다.


사내벤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을 때 어른들이, 상사가, 그리고 아빠도 하나같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 1년간 무언가를 해내려고 부딪히고 좌충우돌을 겪고 하는 과정이 의미 있는 거라고, 그게 경험이고 자산이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싫었다. 그저 내가 실패해도 너무 좌절하지 않게 해 주려는, 너희들이 뭘 해내겠어라는 관점에서의 되도 않는 격려이자 위로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아직 시작도 안 해봤는데 실패를 예견하는 눈초리라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었다.


6개월 남짓 지나고 처음 휴가답게 쉬러 간 제주도에서 우연히 카트가 고장 나서 혼자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보다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던 어른들의 그 얘기가 이제야 비로소 무슨 의미였는지,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거 같아서 눈물이 펑펑 났다.


무슨 일이건, 익숙해지고 심지어 내가 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할 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된다. 어느 정도 궤도에 타고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고 손에 익으면 누군가는 루즈해져서 싫증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정감에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누구든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고 나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에고가 한 번쯤은 박살나봐야 한다는 걸 몸소 배운 거 같다. 내가 지난 6개월간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그 어떤 업무 스킬도 아닌 이 깨달음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는 거고 그래서 앞으로 다음에 이렇게 소회를 기록하는 글을  시간이 오게 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사업이 성공했습니다 라는 말보다는 스스로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했던 과정이라고 기록하기를 바래졌다. 사업의 실패가 점쳐져서가 아니라, 이젠 정말로 1년간의 여행의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주어지는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련히 분명 우리의 사업은 유의미한 사업으로 기록되고 성공해 있을거라 그렇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커주길 바라며 주어진 자원과 시간 내에 후회 없도록 지내길 바라본다. 6개월간의 요약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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