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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04. 2022

승려와 수수께끼 _ 랜디 코미사

누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선물 주고 싶은 책

살면서 시험 성적이나, 부모님이 하래서 등의 타의가 아닌 내 의지로 처음 선택했던 '마케팅'을 잘 해내 보고 싶었다. 틈날 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있는 마케팅 책이란 책은 다 읽어 보겠노라 했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몰라서 그냥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렇게 마케팅이나 기획, 브랜드 관련 서적을 몇십 권? 몇백 권? 읽다 보니, 대부분 주고자 하는 메시지나 맥락이 별반 다를 거 없다고 느낀 후에는, 이젠 이론이나 케이스 스터디가 아니라, 내가 직접 행해보고 겪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던 거 같다.


그러고 나서는 어떤 분야에 대해 호기심이 일지도, 그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책을 탐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다시 선택의 기로가 왔을 때, 사내벤처에 가서 사업을 한번 해보겠다는 선택을 하면서 다시 나의 호기심 버튼이 눌렸다. 사업은 어떻게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다시 전처럼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말로는 "저는 박수칠 때 조직을 떠나 사업할 건데요?"라고 말만 하고 다녔지, 난 사업에 시옷자도 모르는 애송이였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창업, 즉 세상과 삶을 향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잘 설명한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자기 삶의 진짜 가치로부터 비롯돼야 한다고 말한다. 빛나는 스토리에는 항상 '왜'라는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다. - 구범준(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대표이사 추천사


인생이 무슨 출애굽기도 아니고, 영웅전도 아닐 텐데 현재의 고통을 전제로 미래의 행복을 꿈꾼다.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미 있고 좋아하는 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로펌 변호사였던 랜디 코미사가 1983년 팔로알토 지사로 발령이 나지 않았다면, 애플에서 일할 기회도 그 후 수많은 스타트업과 일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안정'보다 '의미'를 선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 김기철 매일 경제신문 기자 추천사


힘들고 덥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하루였지만 오토바이 뒤에 스님을 태운 채 저녁노을을 받으며 바간의 신비를 거니는 지금 이 순간이 갑자기 행복해졌다. 내가 포파 산사를 떠날 때만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는데, 지금은 이 여행을 접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순간 수수께끼의 해답이 떠올랐다. - 프롤로그 : 수수께끼


바로 이런 게 사업입니다. 꿈의 사업이죠,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이 물건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소비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물건이 왜 필요한지 말이죠. 모든 사람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겁니다. 시장을 창출할 필요 없이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만 하면 됩니다. - p.43 레니의 프레젠테이션


그러나 그 당시 나는 변호사로서 갖춰야 될 예의는 거의 염두해 주지 않았다. 나의 의뢰인을 위해서라면 설령 법정 안에 모든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지라도 승소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감수할 수 있었다. 나는 상대방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한 것은 물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재판장의 친구이자 그 지방 변호사협회의 핵심인물이고 존경의 대상인 상대 변호사를 무례하게 대하기도 했다.

공판 후, 그 사건의 수석 담당자였던 상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자네는 변호사로서 최악이군, 논쟁을 초월해 평생을 일한 분일세. 자네는 그분의 급소를 찔렀어.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이기려고만 하고 있군" 그의 표정엔 감탄과 실망이 얽혀 있었다. 똑같은 전처를 밞은 적이 있는 선배의 칭찬과 책망을 받는 것, 이것이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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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러시아 이민자였다. 어머니 쪽 친척들은 독일 출신의 보트 피플이다. 양가 조부모님 모두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 비전 하나만을 믿고 용감히 승부를 걸었던 분들이다. 틀을 벗어나 꿈을 좇는 사업가와 이민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믿음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변할 수 있다. -p.51,62 레니를 보며 랜디 코미사의 지난날 회고


벤처캐피털리스트가 궁금해하는 것은 세 가지다. 시장의 규모는 큰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는가, 이런 작업이 가능한 팀원들이 구성되어 있는가? -p67  


레니, 왜 이 사업이 근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죠? 시장도 크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p71


투자자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따라서 팀원은 똑똑하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어야 하며, 맡은 분야에 경력이 있고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빠른 지식 흡수력을 필요로 한다. 일단 창업을 하고 나면 시장에 대한 정보와 경쟁업체들이 넘쳐날 것이다. 이를 훑어 가면서 흐름과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심지어 대폭적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팀원은 불확실성과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VC가 창업 경험이 있는 사람,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니까. -p.80 게임의 법칙


내 경험상, 만약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다면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할 겁니다. 돈은 결코 그렇게 따라오지 않아요, 뭔가가 더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 나를 지켜줄 만한 목적의식 같은 것 말이죠. 실패하더라도 이 일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단 말입니다.

-p.97 가상 CEO


나는 지금 실리콘밸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레니에게 말했다. 제가 당신 사업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지요? 사업을 들여다볼 때,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저만의 관점에 대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 p.99


창업을 할 때, 아주 신중하게 걸음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도전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을 이끌어 줄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들만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업의 일을 도울 때면 나도 방법이 달라진다. 내 목표는 상한가를 치는 게 아니라, 회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끄는 데 있기 때문이다. -p.104


세월을 거치면서 나는 사업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회화나 조각처럼 개인의 재능을 표현하는 캔버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고?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장은 달라지고 제품은 발전하며 경쟁사는 동지가 되고 직원은 들어왔다가 나간다. -p.109


비즈니스 아이디어 대부분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자금 지원받은 기업들, 즉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충분히 검토한 결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기업들조차도 대부분은 결국 실패한다. 운이 좋았던 몇몇 사람들도 2단계로 넘어가면 목적의식과 방향감각을 잃는다. 본인이 '정말'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1단계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할애한 나머지, 어떤 비전으로 나아가야 할지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p.125 미뤄놓은 인생설계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레니도 말했다시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할 테니까. 하지만 무언가에 기꺼이 평생을 바치려면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많은 걸 깨닫게 된다. -p.149


가끔 강의를 할 때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비즈니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재정이 아닌 애정이라고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 무엇이 있어야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나 기대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다시 질문해 보세요. 잘 있어요 -p.164 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열정


레니의 파트너가 좀 더 좋은 직장을 제의받았기 때문에 발을 빼려는 것이라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불안한 벤처기업보다 그곳이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무미건조한 사업계획보다 원래 아이디어가 훨씬 인간적이고 감동적이기 때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보기에는 상실감과 슬픔에 잠긴 사람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관을 싸게 파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훨씬 더 큰 시각이 담긴 비전이었다. 나는 앨리슨이라는 이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비전을 담고 일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열정과 책임감을 불어넣는다. -p.182 큰 의미가 있는 일, 진정한 비전


비즈니스 환경은 늘 변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수익모델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큰 비전이다. 긴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구성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전을 포기하면, 나침반 없이 남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침반을 맞추고 나아가라, 그래야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p.186


그에게는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이 있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깊은 직관적 감각이 있었다. 능력을 단순하게 합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p.210


관리와 리더십은 서로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건 아니다. 레니처럼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관리는 체계적인 과정을 말하는데 그 목적은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원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리더십은 인격과 비전으로 다른 사람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도록 만든다. 관리는 리더십을 보완하고 지원하지만, 리더십을 내포하지 않은 관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리더는 아랫사람들의 의혹을 해소시키고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도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p.225 리더십의 기술


다리를 움직여 페달을 밞는 동안 위험부담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밸리의 모든 일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레니는 커다란 구상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은 채 실패할까 걱정하며 망설이고만 있다. 관을 싸게 파는 사업은 명확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쉽게 돈을 버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고, 그런 생각이 드니 진정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그와 앨리슨이 처음 계획했던 사업, 두 사람을 들뜨게 만들던 그 사업이 사람들의 주목을 얼마나 받을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p.247 도전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덜 위험한 길로 갈 수 있을지였다. 그 결과 모순적 이게도,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위험한 방법인 평범함을 택했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밸리가 사업의 위험부담과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레니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곳은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기 위해서 위험 수위를 조절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거쳐야 하는 부분이다. - p.248


나는 오랫동안 성공에 대해 충분한 인정을 받아왔다. 게임을 지배하는 규칙의 전문가인 변호사였고, 전성기 애플에서도 일했다. 또한 클라리스라는 유명 벤처기업의 창업 멤버로서 회사의 성장을 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운명은 내가 결정 지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GO를 거치면서 세상에는 나 혹은 그 밖의 누군가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 봉우리 너머 무엇이 있을지, 다음 계곡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 채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인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나 자신의 장점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251


결론부터 말하면 여행은 그 자체가 주어지는 보상과 같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그게 끝일 뿐이다. 만약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깨뜨리지 않으려면, 높이를 1.5미터로 높이면 된다. - 에필로그 "길"


무언가가 손이나 얼굴에서 완벽하게 그려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바다나 언덕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이  무엇보다 우선할 때도 있다. 어쩔 때는 열정이나 깨달음, 지적인 환희가 너무도 진실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결과가 아닌 경험  자체이다. 우리에겐 다채롭고 극적인 삶에 대해 매우 한정된 시간만이 허락되었다. 어떻게 하면  속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삶의 에너지가 절정으로 타오르는 지점을 찾아 계속, 끊임없이 움직일  있을까? 단단하고 보석같은 불꽃으로 언제나 활활 타오르며  환희를 유지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 윌터 페이퍼 : 르네상스 역사에 관한 연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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