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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삼체 리뷰

SF포비아지만 끝까지 보게 된 건 니가 처음이야

by 우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비현실적인 콘텐츠를 싫어한다. 초능력이나 타임슬립 혹은 SF류들이 내게는 그러하다. 혹자는 콘텐츠의 매력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너무나도 맞는 얘기인데 나는 그럼 졸리게 돼버린다.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다.


너무 재밌고 명작이라고 해서 보러 갔던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인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같은 영화들을 보러 가서 쿨쿨 자다 일어났다. 그런데 넷플릭스 삼체는 다 봤다. 그래서 생각하는 삼체의 매력을 몇 가지 적어보겠다. 스포가 전혀 없는SF지만 안 잤던 이유정도가 되겠다. 나의 취향의 나열일 수도


첫 번째 이유는 나한테만 한정되는 매력이다. 지금 하는 일이랑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 관련이 없지만 이과였고 단과대는 자연과학 대학에 속한 공학을 전공했다. 졸업을 위해 실험실 생활도 두 달 했는데 잊고 있던 학창 시절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해 줬다. 그래서 좋았다.


나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중 생물이 제일 재밌었지만(쉬워서..) 뭔가 학문의 스타일이 제일 나랑 잘 맞는 학문은 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험 점수 잘 맞기 위해 물리를 시험과목으로 선택하진 않았다^^;; 대한민국 교육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때 짝사랑했던 물리를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그 부분도 흥미로웠다. 약간 과학자들이나 수학자들을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경외심이랄까 그런 걸 느낀다.


두 번째는 중국이 만든 글로벌 SF라는 점이다. 중국 콘텐츠는 어딘가 하나라도 중화사상에 절여졌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딱히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도입부에 이 편견을 깨트려 버린다.


자신들의 역사였던 문화대학살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보여준다. 중화사상보다는 팩트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중화인민공화국스럽지 않음을 느꼈다. 또한 그 과학자의 딸이 이 사건을 계기로 복수를 꿈꾼다. 심지어 그리고 그것에 염증을 느껴 인간은 한계에 다다랐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구를 팔아버린다.


나는 이런 부분들이 정말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에 맞게 발전된 중국의 사상과 위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중화사상을 깨부수었다는 거에 큰 흥미를 느꼈다.


마지막 매력은 결국 미래에 외계인들이 생각하기에 인류가 외계인을 이길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인 물리학자부터 제거하려 하는 외계인들의 전략이나, 너드답게 곧 죽을병에 걸린 과학자가 사랑하는 이에게 별을 선물한다는 대목에서 천재 너드를 잠깐 꿈꿨던 사람으로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SF시리즈 중 유일하게 잠들지 않았던 시리즈라 인상적인 삼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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