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냐고 안부 물어 봐준 덕에 남겨보는 근황
이사를 했다. 1평 남짓 줄어들지만 8평 규모에게 1평이란 무려 8분의 1이다. 공간이 줄어드니 짐이 너무 많아졌단 걸 느낀다. 역시나 모든 건 상대적이고 담아 넓히는 것 못지않게 덜어 내는 일은 어렵다. (대충 이사 굉장히 힘들었다는 소리..)
이 모든 변화는 집을 산다고 객기를 부린 덕분이다. 선택은 항상 책임을 남긴다. 인생에 쉴 틈 없이 안주 따윈 없는 인생을 살게 변화를 주는 거 같긴 한데, 고되더라도 나는 내가 오롯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다.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그럴 거 같다.(나이가 들면 지쳐 이제 좀 가만두려나..)
아! 글을 쓰는 이유처럼 SNS를 많이 하다가 안 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잘 사냐고 연락이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평소와 다름없이 잘(?) 살고 있다. 취득세 할부 끝날 때까지는 잠깐 긴축 재정이 필요할 뿐이고, 새로운 관심사에 정신이 약간 팔렸을 뿐, 점심시간 커피값 내기 가위바위보가 하루 중 가장 위기 순간일 만큼 평탄히 잘 살아 있다!
어릴 때랑 다르게 사우나와 호캉스의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예전엔 그런데 돈을 왜 써? 했는데 선우용녀 선생님처럼 돈 많이 벌어서 호텔 사우나하고 조식 먹는 삶 살아야지. 버킷리스트 하나 추가요 (다 하려면 3번 정도 다시 태어나도 모자랄 듯..)
요새는 정치? 나라상황? 도 그렇고 뭣도 결코 확언할 수 없는 시대인 거 같아 이렇게 적기에 조심스럽지만 집 사는 게 끝나가니 또 이번엔 회사에서의 변화도 기다리고 있다. 뭐 1여 년 전부터 조르고 조른 일이지만 이거 말고도 이젠 위아래로 치여 나가는 땅콩샌드 역할인 회사원 김 과장의 하루하루 역시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한 번도 옮기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8년간 지루하지 않게 싫증 날 때쯤이면 이것저것 도전하거나 갈아탈 수 있게, 이토록 많은 사업에 한 번씩 몸 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전문성은 개나 준 거 같아 누군가의 눈에는 물경력일수도 있지만 금방 싫증 나는 내게는 감사한 변화들이었다.(프로불만러에 빨갱이지만 또 이렇게 돌아보면 회사에 감사하기도..)
막상 가려고 하니, 미국 교환학생 가고 싶어서 휴학하고 토플도 했으면서 갑자기 전날은 혼자 머나먼 타지에 가는 게 막연히 두렵고 가기 싫어서 눈물 나던 전날처럼 이 선택이 맞나, 무모한 도전인가, 가서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싶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가서 화분에 물이라도 주겠지 뭐!
이 모든 크고 작은 변화, 선택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궤적에서는 어렴풋이 착착 생각한 대로 가는 거 같다. 매일매일은 좌충우돌에 우당탕탕이 따로 없으며 변수의 연속이지만 세배 줌아웃 해서 추세선으로 그어보면 궤적은 내가 스케치한 대로 나름(?) 그어지는 거 같다.
근 3년간 여러 크나큰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 고점과 저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며 닷팅되는 하루하루 벌어지는 상황들의 예측불가함은 감히 인간인 내가 뭐 어쩔 수 없고 그저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내 생각대로 흐르게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점점 나이 들고 세상만사에 초연 해지는 건가..)
전에는 스스로 인정하거나 입 밖으로 내기는 좀 부끄럽고 싫었던 나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많이 보내고, 주변인들에게도 많이 발설한 거 같은 요즘이다. (=이제 와서 난.. 이런 사람인 거 같아)
뭐 말로 안 해도 다 알았다는 눈치들이지만, 내입으로 내는 건 엄청나게 다른 일이다
나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이뤄보고 싶은 것도 많으며, 한번 사는 인생이라면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보고 잘 먹고 잘살아 보고 싶으며, 세심하게 까탈스럽지 못하고 무난하나 취향이 꽤나 대쪽 같은 부분도 많다.
물건보다는 시간에 돈을 쓰는 것엔 아낌없으며 확실히 남들보다 자잘한 소비는 안 하지만 가끔 집 같은걸(?) 사기도.. 하고 또 모순적으로 실리를 쫓지만 낭만 있는 삶도 꿈꾸며,
냉철하고 대문자 T라고 욕도 먹지만, 가끔 그 누구보다 감수성도 폭발하고, 무엇이든 창작을 좋아한다. 있는걸 더 효율화하는 거보다는 내 멋대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더 재밌고, 약간의 두려움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뛰어드는 무모함도 아직 가지고 있다. (또 모순적이게도 맨땅에 헤딩보다는 줄달고 번지점프만 뛴다..)
왜? 가 중요해서 왜냐고 너무 많이 물어봐서 왜무새로 불리고 호기심도 넘쳐서 문제다. 논리적이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을 내릴 때 직관이 훨씬 크게 작동하는 걸 알아서, 되려 더 논리를 쫓는 거 같기도 하다.
사사로운 것에 걱정도 많이 없고 어디서든 잘자지만, 세심하게 남을 챙기기보다는 지밖에 모르는 나아니면 남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인 거 같다그치만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한다..(진짜라고..)
인간이 살며 추구할 수 있는 인생의 최고의 가치는 사랑이라 믿고, 사랑하며 살고 싶고, 사랑 없인 못 사는 거 같다. 돌이켜봐도 한순간도 사랑하는 것 없이 살지 않은 거 같다. 다만 그 사랑의 대상이 변하긴 하는 거 같다. 가끔은 일이기도 사람이기도, 어떤 시간이기도 공간이기도 풍경이기도, 그래서 공허함을 잘 느끼지 않는 편인 거 같다.
근황토크에서 백문백답 같은 자기소개로 넘어간 거처럼 갑자기 호기심이 일면 딴 길로 잘 새지만, 새로운 길로 들어서서 재밌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재미추구형 충동파 인간이다. (덕분에.. 발등튀김 20만 개째 튀기는 중)
그래서 결론! 잘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