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내벤처 회고
기업의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사내벤처 제도에 대하여
바둑을 오랫동안 배워서 그런지, 인생의 인상적인 경험들, 승부에 대한 복기가 익숙하다.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는지 아니면 왜 성공했었는지 등등..! 그래서 회고하기 위해 MBA졸업 전문 주제연구로 20페이지가량 사내벤처 제도에 대해 적어보았다. 그대로 모두 적기엔 너무 길기 때문에, 나름 내 관점에서 직접 정의하고 주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 맥락들만 발췌해 봤다.
시행된 사내벤처 제도의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 스핀오프 제도의 부재
사내벤처 결성 초기, 참여 멤버들이 원한다면 스핀오프 결정을 최대한 빠르게 내려야 하며 주최 측은 스핀오프를 염두해야 한다. 스핀오프 여부는 사내벤처에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이를 통해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진정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 사내벤처의 본질과 그 특장점이 제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스핀오프를 위한 지분의 분배를 고려한다는 것은 단순한 내부에서 바텀업 방식 혹은 탑다운 TF들과 가장 크게 다른 사내벤처만의 특징이다. 초기에는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의미 없는 지분일 수 있지만, 지분율에 대한 분배가 있다면 의사결정 효율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동기부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과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권한도 위양 받기 때문에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소신껏 사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 과정중에서도 초기 사업모델은 별도 사업자였다면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일단 충분히 시도는 했을 수 있는 모델이며, 혁신기업 금융 샌드박스 규제를 통해 일정 기간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스핀오프는 염두되어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시행될 수 없었다.
스핀오프는 책임과 동시에 권한도 부여되는 것으로 모기업과의 지분구조나 개인의 자본 투여와 같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마련의 난이도가 높겠지만, 이를 충분히 제도화해 두고 체계를 갖춘 후, 사내벤처 제도를 시행해야 사내벤처 제도의 본질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예산 범위는 한정하되, 사용의 권한을 멤버들에게 일임
돌이켜보면 시행 중에 확인했던 가장 큰 비효율은 사업모델 검증을 위해 로펌 선임 및 수임료 지출의 결정을 사내벤처팀이 아닌 주관하는 부서장이 결정을 내렸던 것이 가장 패착 요인이며 가장 오랜 시간을 허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강제 피보팅이 되면서 해당 사업 모델에 대한 주인의식이 결여되는 첫 시작이었다.책임도 권한도 오롯이 멤버들에게 일임되어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 핵심역량은 내재화는 필수
플랫폼 사업의 경우에는 고객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를 빠르게 수정하고 기능을 붙여 실험해 보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외주 인력을 활용하다 보니, 유기적인 서비스 수정이 불가하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건마다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거나 외주사의 긴밀한 협조가 없이는 진행이 어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식 사업 운영 단계에서는 역량 내재화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들은?
-스핀오프 제도 마련
스핀 오프란, 신규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자회사나 관계회사화 하는 것을 말하며, 분사 경영이란 이렇게 형성된 복수의 기업들이 각자의 사업영역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토록 함으로써 업적책임을 강화시켜 나가는 분권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어려웠던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소조직경영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
- 성과 측정의 기준 수립
사업의 성공이라는 것은 각 기업들이 처한 환경과 목표에 맞게 다르게 정의될 수밖에 없다. 사내벤처 제도의 시작 이전에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평가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판단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사내벤처의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인 스핀오프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명확한 성과 측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고 경영진(CEO)의 사내벤처 제도에 대한 의지
사내벤처 진행 과정에서 강력한 의사결정자의 지원 없이는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비전이 무색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지는 사내벤처 팀의 존속과 유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폭적인 지지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기업이 사내벤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발굴하고자 하는 신사업의 정의나 영역을 명확히 하여, 제도 운영을 통해, 아웃풋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향후 누군가의 도전을 위해 남길수 있는 레슨앤 런이다. 며칠 전 읽은 책에 적혀있던 것처럼, 성공과 실패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을 보내며 내게 체득되는 것들 학습된 것들이 뭔지 아는 게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인생이라는 건 계속되니까..!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한계와 개선방향까지, 만약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제 2의 김우연을 스핀오프 시켜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긴 여정을 마친다. 그럼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디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