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바라는 건 많이 없고, 내가 원하는 건 서울에 집 한 채 정도뿐이야
일단 야심 차게 새로운 기록을 시작해 본다, 아직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도 이룬 것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밌을 거 같아서 리얼 그 자체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어릴 적 엄마 부동산 전화번호가 뭐였는지 다 기억할 만큼 오랫동안 부동산집 딸로 자랐다.
그런데 떡볶이집 딸이 떡볶이 싫어하듯이 나는 부동산에 관심 갖기 싫었다. 매일 같이 하던 말이 난 엄마아빠와 다르다, 돈을 좇는 것이 싫다였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은 갓생이라며 재테크 공부 하는데도, 어느덧 주변에서 하나 둘 결혼도 하고, 집 한 채씩 장만하는 것을 보고도 별 느낌이 없었다.
아마 다시는 그 대한민국의 등급 나누기, 줄 세우기 또다시 시작되는 무한 경쟁과 비교로 제 살 깎아먹는 이 궤도에 다시는 올라타지 않을 거라는 내 다짐에서 비롯된 외면이었다. 그러나 경쟁이고 뭐 다 떠나서 일단 이 땅에 내 몸 뉘일 곳이 하나는 필요할 수도 있는데 외면하고 싶어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러다 엊그제 옆자리 선배가 너의 무기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물론 회사 안에서지만.. 없는 거 같다고 모르겠다며 얼버무렸지만, 누구에게 말로 하긴 부끄럽지만 혼자 내 무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래도 내가 말한 대로 어떻게든 내 인생을 그려 나가려고 최선을 다하는 편인 거 같다.
15살 일기장에 미국 MBA를 갈 거라고 적어놓고(당시엔 mba가 뭔지도 모름) 대학생 교환학생 면접 때 일기장에 적힌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오래전부터 미국은 내가 꿈꾸던 미래라며 pt를 하고 정말 미국도 갔고, 이과에 식품공학과를 갔지만 마케팅하고 싶다고 어떻게든 애를 써서 마케팅으로 입사도 했다. 수능 이후엔 모든 결정을 사회적 기준보다는 내가 주체적으로 하고 싶었고 그렇게 해왔다.
그럼 애를 쓸 줄 아는 게 내 무기인가 싶기도 하다. 정의 내리기는 좀 어렵지만 무튼 해내고야 마는 게 내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미국은 아니지만 결국 MBA도 갔으니까, 회사원 하기 싫다는 생각만 하다가 정말 사내벤처로 사업 해보겠다며 나가도 봤다.(물론돌아왔지만..)
아득히 말도 안 되던 말들을 그래도 어찌어찌 부분적으로 반쪽짜리로라도 해내려고 애를 쓴다. 늘 그랬다. 그 과정이 혹독 하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은 순간도 분명 있긴 하지만 또 나름 성취의 기쁨도 맛보면서 말이다.
이제 인생에 좀 여유가 생겨서 15살 일기장에 적던 10년 후 나의 모습처럼, 조금 늦었다만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을 적어봤다. 적는 데 또 등장했다.
'서울에 집 한 채'
서울에 집 하나, 말만 했지 진지하게 어떻게? 어디에? 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이것 역시 그저 말뿐인 말이었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회사가 미래에 뭐를 해야 하는지,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면
아니 심지어는 하라고 한 적 없어도 내가 새로운 사업을 해보겠다고 맨땅에도 뛰어드는 성격이면서, 어떻게든 잘하려고 애를 기를 쓰면서, 내 인생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아직 성과 창출한 게 없었다.
이러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니, 이제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부동산이 몇몇만 아는 재테크 라기보단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자이자 정보의 홍수 속에 많은 SNS에서 정보를 주려고 넘쳐서 문제인 시대였다.
그러니 이젠 이걸로도 성공하긴 힘들다. 왜냐면 레드오션이니깐, 세상의 이치가 다 비슷함을 느낀다.
처음으로 회사원이라는 직업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구나 느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들을 겪으며, 수 없이 배웠듯 먼저 목표부터 세팅했다. 30대 안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없는 것들부터, 즉 노력하면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들부터 살폈다. 가령 살면서 내가 경제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과 같이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여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가 생각한다. 가용 예산을 계산해 봤다. 일종의 인생 프로젝션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누구든지 꼭 한번 해보길 바란다. 내가 살면서 이룰 수 있는 자본의 총량을 계산해보면 아마 누구나 자기 예상보다 암담한 미래가 찾아올 수 있다. 마치 나처럼,,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살면서 호기롭게 100억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이대로 근로 소득만으로는 내가 생각한 이상과 현실의 갭이 턱없이 컸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먹고살기 힘든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는데 어찌 보면 욕심이다.
그런데 회사도 언제 당장 망해서 신사업을 하나? 지속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한다. 또 하나는 인생의 끝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변수 앞에서는 대체 얼마가 있어야 하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다다익선이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 적어 본다. 30대엔 서울에 내 집 한 채는 있는 사람이 되자. 열다섯 일기장에 적었던 나와의 어렴풋한 약속을 이루려고 지난 15년을 살아왔듯이 앞으로의 10년 정도는 또 서른의 우연이와의 약속을 이루길
어떻게 흘러갈지 나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적는다. 이제는 안다. 인생은 내뜻대로 안된다는걸, 그저 이 과정들 끝엔 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냥 적어본다 그럼 왠지 또 어떻게든 될 것만 같으니까
과연 나는 서울에 내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