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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l 28. 2024

부동산 강의를 들어봤다

부동산 투자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가용 예산만 대충 그려 보고, 당장 호기심이 발동했다. 친한 친구들 에게 왜 사게 되었는지 물어봐서 들은거 빼고 과연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부동산에 접근할까, 이런 생각으로 이것저것 서칭을 시작했다. 분명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세상에는 이런 커뮤니티나 콘텐츠가 차고 흘러넘칠 거 같았다.


관심 없는 나에게도 종종 노출되곤 했으니까, 그리고 그 나의 가설은 맞았다. 이제는 블로그고 커뮤니티고 유튜브고 차고 넘쳐흘렀고 이미 네임드도 너무 많아서 내 취향대로 내가 필요한 섹터 별로 전문가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었다. 대략 관심 없는 나도 어디서 한 번은 들어 본 사람들의 블로그도 팔로우하고 네이버 카페 몇 개도 가입을 눌러 놨다.


사실 지극히 무얼 배우려고 갔다기보다는 과연 그냥 무슨 얘기를 하는지가 궁금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 무슨 정보를 주면서 돈을 버는 걸까, 또 사람들은 무슨 정보를 궁금해서 찾아올까 가 궁금했다.  호기심이 일면 바로바로 해보는 편이다. 그래서 무작정 블로그에 적힌 가장 가까운 강의가 있길래 한번 가봤다. 그냥 정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도착한 강의 장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다. 내 나이대 되어 보이는 분들부터 아저씨까지 다양했으며 내가 신청한 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갔지만 나름의 수확이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부동산을 깊게 알기 전이라, 사실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인사이트로 다가 온 순간들이 많았다.


일단 가장 큰 인사이트는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라기보다는 업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무슨 산업군이든 디지털화되는구나 라는 깨달음이었다. 내가 어릴 때 엄마 부동산에서 어깨너머 보던 부동산업이 정말 많이 디지털화 플랫폼화 되어서 많이 놀랐다. 사내벤처로 플랫폼 사업도 해보고, 기존 사업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옮기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일을 하고 있는 터라 이 부분이 더 크게 와닿은 거 같다. 여기저기 파편화되어 있던 부동산 정보들을 모아 주고 비교해 준다. 전에는 전문가들에게 물어물어 알음알음했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는 플랫폼으로 원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이 손쉽게 모두 알 수 있다.


다시 강의로 돌아와서 강의 내용의 인사이트는 이러했다. 간단히 요약한다면, 자신만의 투자 기준을 세운다가 중요하며 서론에는 금리나 M2통화량에 대한 거시경제 지표들을 살펴야 한다는 내용, 이런 부분을 들으면서 MBA가 허튼 돈은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강의에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를 필터화 하여 정리한 파일을 보여주셨다. 전고점 대비 하락률로 안전마진율을 본다. 내가 원하는 필터에 맞게 아파트 리스트를 펼칠 수 있고 갭 투자 금액이라던지, 평단가, 전고점, 네이버 호가 등을 다 조회할 수 있게 되어있고 여기서 전고점 대비로 어느 정도 하락률이 보장된 물건을 잡는다였다.


뭐 듣다 보니 어떤 논리인지 이해가 대략 이해가 갔고, 다른 사람들은 절대 모를 전설의 비법은 아닌 걸로 느껴졌지만, 그저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 보자 하는 심보로 아무것도 모르고 간 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구나를 배울 수 있어서 시간 낭비였다 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부동산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참 재밌는 세계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수업으로 얻은 나의 입력 값은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해서 전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이득은 취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데이터는 노력하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질 수 있지만 어떤 기준과 목적으로 어떤 매물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이 설정해야 한다 정도였다.


그래서 나에게 부동산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정말 안락한 집을 원해서 사는 건지 아니면 투자의 수단인지에 대한 고민이 무조건적으로 제일 선행되어야 한다는 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 목적에 맞게 사고 싶은 매물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오늘  눈칫밥으로 알아듣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대략적인 이론들과 용어 같은 기본기를 습득해야 한다는 다음 할 일까지 정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신입사원 시절(대략 2017년.. 18년) 12명 정도 팀이었을 때도, 회사보다 부동산 일에 더 관심 많으셨던 선배도 있었고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던 선배들도 갑자기 기억이 났다. 나도 이제 그때 그 선배정도 나이대가 된 걸까,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하여 기본적인 이론들은 퇴근 후에, 시간 내어 되도록이면 책이나 스스로 유튜브로 학습하기로 하고, 오히려 시간을 내어 발품 파는 임장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편 예고 : 언제나 그랬듯 닥치는 대로 많이 읽는다..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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