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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Sep 13. 2024

임장견문록 - 서초구

꿈을 꾸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갔던 서초구

재정 상태를 진단하고 대략적으로라도 전략을 세우다 보니까, 이제 범접할 수 있는 곳과 아닌 곳이 명확히 구분되었다. 처음 갔던 용산구나 오늘 쓰려는 서초구는 내가 당장에 절대 갈 수 없는 땅이다..! 그런데 왜 갔느냐? 하면 나도 그래서 임장 선생님(?)께 물어봤다. 동대문이 끝나고 나서, 내가 서초구를 가서 얻을 게 있을까요?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이 인상 깊었다. 좀 시간이 지난 이야기라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나중에 어디 살지 봐둬야 가죠, 꿈을 꾸려면 봐야 한다! " 나랑 똑같이 라라랜드를 좋아하고, 꿈꾸며 사는 사람의 말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그 말이 와닿아서 서초구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서초구와 아니 반포와도 나름 혼자만의 연이 있다. 예전에 미국을 가고 싶어서 토플 시험 공부할 때, 반포에 있는 학원을 다녔다. 3개월 정도 다녔나 싶은데 혹독한 스파르타식 학원이었다. 6만 원인가 디파짓을 걸고 하루에 200개씩 단어시험을 봤고, 일정이 빡셌다. 그래서 같이 학원 다녔던 멤버들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보는 사이다. 전우애랄까


무튼 내 기억 속 반포는 맛있는 떡볶이 트럭이 오는 동네다. 그리고 주공아파트마크가 선명히 기억난다. 내가 다녔던 학원이 반포 주공 상가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빨간 모자 피자? 그런 데서 피자를 사다가 모의고사 점수가 잘 안 나오는 날이면 한강에 가서 속상한 마음을 풀었던 기억도 난다.


서초구 임장은 강남역에서 모여 시작됐다. 너무 놀랐던 게 내가 적어도 백번은 넘게 갔던 거 같은 강남역 뒤에 이렇게 쾌적하게 고급 신축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진 게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면서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 내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친구들이 반포 아파트에는 배가 지나다닌다고 놀랍지 않냐고 배 타러 가자라고 했어서 반포를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랬던 학원 뒤 떡볶이 스폿이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되어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획기적인 커뮤니티시설의 반증이 내가 대학생 시절 놀러 갔던 아파트는 반포자이였다. 한 번도 여기가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지금 새 아파트로 단장한 반포는 송파구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좋다는 느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왜 그렇게 반포반포 하는지, 원베일리 원베일리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왕 출사표를 던졌다면 그중 최고라는 원베일리 등기 쳐야지 마음먹은 순간이었다.


동대문구 청량리 L65와 같이 나 최고신축이다!! 하며 혼자 우뚝 솟은 느낌도 아니었다(그냥 내가 고층을 안 좋아하는 걸 수도) 강동구에서도 언급하고 신길 뉴타운 편에서 쓰려고 했다만, 신축단지들이 모여서 주는 좋은 '동네'라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나의 취향은 확실해졌다. 균질성!ㅎㅎ


그렇게 아크로 리버파크에서 서초구 임장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아마 여기 주거한다면 프라이빗 공원처럼 누릴 수 있는 루트로 반포 한강 공원으로 가서 맥주 한잔 하며 끝을 냈다. 결과적으로 그 말은 맞는 거 같다는 느낌을 가득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 부동산 카페나, 블로그에서만 봤다면 이런 구체적인 꿈을 꾸지 않았을 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임장을 끝내며 여기서 이웃주민으로 다시 만나요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면 진짜 훗날 우리가 이곳에 살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건 가장 어렵지만 가장 뿌듯한 일이기도 하며, 설사 마음 같지 않게 안된다 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근처라도 간다고 생각한다.


덥디더운 여름밤이었지만 여기저기 걸어보면서 여기 살아보겠노라 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살던 내게  이 생각을 심어 준 것만 해도 오늘 낸 돈 값은 했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계산해 봤다. 내가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이 돈을 주거에 쓰더라도 아깝지 않은 때는 언제일까


서초구 한 줄 요약 : 그냥 이건 느낌적인 느낌인데 왜 좋은지 알 것만 같았다. 그냥 느낌이라 덧붙여 뭐라 이유를 붙여야 할지는.. 모르겠다만 평생 살면서 이 동네 한 번은 살아봐야지!


 임장하며 원래는 사진 절대 안찍는데 새겨 두려고 찍은 첫아파트!



다음 주 예고 : 뉴타운, 뉴타운 말로만 듣던 뉴타운에 진짜로 가 봤다, 그 이름은 신길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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