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허지웅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을 한 번 읽고, 에세이는 읽어보지 않았다. 방송에서 그를 보았을 때 딱히 호감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셉인지 모르겠으나 매사 불만스러운 표정에 부정적인 말을 하는 모습이 그의 글도 그럴 것이라 어림짐작하게 만들었다.
암 완치 판정을 받고 『살고 싶다는 농담』으로 돌아온 그의 책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펼쳤다. 서점에는 항암 치료 중인 작가가 쓴 책이라던가 집필하던 중에 삶을 마친 작가의 책도 있었으나, 허지웅이라는 작가 겸 방송인의 이야기는 어떨지 문득 궁금해져 손이 갔다.
분명 독한 구석이 있는 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글은 에너지가 있고 따뜻했으며 사람을 감싸 안아주는 글이었다. 글을 잘 쓰기도 했지만 글에 배어있는 삶에 대한 애환이 절절했다.
허지웅은 항암치료로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재발하면 치료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항암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죽음에 대한 의지와 역설적이게도 어쩌면 그래서 지금 더 잘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가 뒤섞인 그 모든 마음이 가슴 아프다. 그는 앞으로 가난한 청년들이 자기 같은 이십 대를 보내지 않게 만드는 문제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의 글은 당연히 반가운 마음으로 내게 다가올 게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