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를 맞아 서른 살이 된 기념으로 염색을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겐 나름 큰 결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살면서 염색은 물론 요즘 그 흔한 네일아트를 받아본 적도 없다. 친구들을 보니 염색은 한 번 하면 뿌리 염색을 받으러 미용실에 주기적으로 가야 했고, 네일 샵에서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시간만 한 시간씩 걸렸다. 비행할 때야 승객들에게 호감 가는 인상을 주기 위해 화장을 하지만,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민얼굴로 뒹굴뒹굴하기 좋아하는 내게 미용실이나 네일 샵을 쫓아다니는 일은 번거롭게 여겨졌다. 그래도 가끔가다 보면 친구의 여릿한 갈색빛 머리칼이 예쁘게는 보였고, 손톱에서 반짝거리는 진주나 큐빅은 예쁘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했다. 손톱에 큐빅이 박혀있다니!
그랬던 나도 서른이 되자 무슨 바람이 불어선지 염색을 했다. 이제 나도 서른이니까, 하는 생각이었다. 더 늙기 전에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하는 염색이 아닌 멋으로 하는 염색이어야 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서른 서른 서른을 언급하는 책과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 나를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색상은 미용실 원장에게 추천받은 카키 빛이 도는 어두운 갈색, 애쉬 브라운으로 정했다. 염색약을 바르기 전에 거듭 강조해서 말했다. "너무 밝게는 말고요, 티 안 나게 어두워야 해요. 아니 그러면서도 햇빛에 나가면 은근하게 티 나게요." 원장은 가만 듣더니 허탈하게 웃으면서 그럴 거면 염색은 왜 하냐고 타박했다.
염색을 마치고 미용실에서 나오는 데 겨울 햇볕이 쨍쨍했다. 급히 손거울을 꺼내 머리카락을 비춰보았다. 햇살을 받아 오묘한 갈색빛을 띠는 머리칼이 영롱했다. 시꺼멓던 머리카락이 밝은 톤으로 발하자 하얀 편인 피부가 더 뽀얗게 보였다. 이리저리 손거울로 머리와 얼굴을 비춰보다가 멈칫했다.
'본래의 머리카락 톤에 맞는 자연스러운 색상일 경우에만, 염색 허용'
회사 어피어런스 규정이 떠올랐다.
이후의 이야기는 1월에 출간되는 저의 책에서 이어집니다.
책에 싣게 된 글이라 생략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