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천천히 담는 필름카메라

by 단어의집

2006년 구입한 Pntax me super를 다시 집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사은품으로 받은 일회용 카메라 때문이다. 비싼 DSLR 카메라뿐 아니라 고화질의 똑딱이 카메라도 있는데, 이상하게 특별한 순간에 이 일회용카메라를 누르고 싶었다. 그러다 현상을 못한 채 1년을 보냈다.


필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몰랐고

일회용카메라는 아주 밝은 곳이 아니면

대부분 어둡게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결과물은 참담했다.


어둡고
1611043256.jpg 어둡고
1611043260.jpg 어두웠다.


그런데도 이상하지.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형태의 사진을 보면서

왠지 소중한 순간, 단 한 장면뿐인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10여 년을 놓아둔 필름카메라를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당시에도 필름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무자비하게 오를지 모른 채 말이다.


어둡고 어둡고 어두운 일회용카메라 결과물 중에서

밝은 사진 몇 컷은 또 어찌나 소중한지.

선명한 결과물을 반드시 얻어내는 디지털카메라에 지친 탓일까.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좀 더 조심히 다룰 걸, 좀 더 밝은 순간에 찍을 걸, 손 떨지 말 걸... 같은)

반성의 순간이 필요한 필름카메라에 빠져들게 되었다.

2021년 1월부터 시작된, 필름카메라 탕진 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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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둔 Pentax me super를 꺼내들게 했던

일회용 카메라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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