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해지고 싶지만 나이 믿고 사는 대로 살았더니 벌써 마흔
운동을 꾸준히 한 것은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했었다. 달리기, 수영, 요가, 필라테스, 아주 짧게는 스포츠 클라이밍, 복싱, 플라잉요가 등등. 나열하니 꽤 열심히 운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10여 년 동안 아주 간헐적으로 이런 운동을 시작했다가 끊었다가 하기를 반복.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몸, 원래 약한 뼈대, 근육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굳게 믿게 한 (40년 가까이 유지해 온) 물렁살 등의 이유로 최근에는 무기력한 나날을 1년여 이상 보냈다. 앉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다 자차로 이동하는 제주에 사는 탓에 일하지 않는 동안은 누워서 숨만 겨우 쉬었다. 그런 날이 반복되니, 삶의 의욕도 없고, 작은 일에 실망하고, 쉬는 수말에는 거의 시체나 다름없이 보내고, 내 삶을 부정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원래 나는 여름을 좋아했다. 적당한 노출을 즐겼고 도보여행을 다녔으며 여름의 살갗에 피부를 태우곤 했다. 그 시절 사진들을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남은 것은 그러한 추억보다는 지금 현실의 무기력한 나와 비교되는 과거의 밝은 나. 저땐 10년 후에도 나는 멋질 거라고 단언했지만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나를 배신했다.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나의 슬로건이 거짓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 날 문득 믿었던 오래된 관계에서 불안함을 느꼈다. 이것은 나의 문제인 걸까. 식물처럼 지내던 나는 그때서야 이불을 박차고 나가서 수영장을 등록했다. 무려 2년 만의 수영장 출근이었다. 정체된 과거의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려 한 달 동안 날마다 수영장을 다녔다.
그런데 마흔이 된 몸뚱아리는 고작 한 달 데일리 수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뭘까. 변화가 필요하다면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갑자기 직업, 집, 남자친구를 바꿀 수는 없으니 뭔가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을 바꿔야만 다시금 삶의 의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지인의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건강이 나빠져서 헬스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코치 선생님의 권유로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든 생각. 마흔이 됐으니 이제 곧 쉰이 될 것이고 (물론 살아있다는 전제 아래) 그렇게 계속 나는 늙겠지. 처져가는 살과 떨어지는 체력 그리고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수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흔다섯이 되기 전에 (마흔은 상징적 숫자, 사실 나는 마흔셋) 나도 바디프로필을 목표 삼아 운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찾아간 헬스장에서 코치님께 상담을 받고 무려 PT30회를 등록했다. 인바디 결과는 C자형으로 표준 체형이어서 겉보기에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체지방이 높고 근육량이 적어서 '비만'이었다. 수치로 보는 내 몸은 그동안 잘못된 결핍과 과잉의 반복으로 약해져 있었다. 해서 코치님과 약속했다. 이번 주까지 먹고 싶은 것 맘껏 먹고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다음 주에 PT를 시작하기로.
체력과 몸매가 달라진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흔의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기로 했다. 이 매거진은 그것에 대한 기록 season1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