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음보다 중요한것

What Matters More Than Rightness

by 지누리즘

사람은 대개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판단하며,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려 합니다. 사회도 일정한 규범과 관습을 통해 ‘옳음’을 만들어 왔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한쪽으로 비켜 걷고,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하며,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기준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삶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분명히 내가 옳은데, 그 옳음 때문에 오히려 충돌이 생기는 순간들입니다.


예를 들어 좁은 길을 걸어갈 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걷는 흐름이 있습니다. 나도 그 흐름에 따라 오른쪽으로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누군가 왼쪽으로 걸어옵니다. 사회적 관습으로 보면 내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집착한 채 그대로 걸어가면 결국 서로 부딪히게 됩니다.


이때 한 발 옆으로 비켜서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보통은 상황을 먼저 알아챈 사람입니다. ‘아, 저 사람은 왼쪽으로 오는구나.’ 그렇게 인지한 순간 이미 선택의 여지가 생깁니다. 내가 맞다는 사실을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한 발 물러서서 부딪힘을 피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과연 옳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충돌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비슷한 일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사우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연달아 들어오다 보면 결국 문이 열려 있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 닫으면 될 일이지만,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면 그대로 열려 있습니다. 또 영화관에서 누군가 휴대폰 불빛을 켜거나 뒤에서 의자를 톡톡 건드리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잘못했지.’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강해질수록 마음은 점점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정당함을 무기로 삼아 상대에게 따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순간입니다. 내가 옳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옳음을 휘두르는 순간 주변의 평온은 깨질 수 있습니다.


조용한 영화관에서 누군가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방해를 준 사람도 문제지만, 그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이 또 다른 불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운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회전 교차로에서는 회전하고 있는 차량이 우선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차량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규칙상 내가 우선이니 그대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잠깐 속도를 늦춰 위험을 피할 것인가.
규칙은 내가 맞다고 말해 주지만, 사고는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삶에서는 종종 이런 역설이 나타납니다.
내가 맞는데도 불구하고, 그 맞음을 내려놓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유연함입니다. 유연함은 옳고 그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옳음을 알면서도 상황을 더 넓게 보는 능력입니다. 충돌을 피하고 관계를 지키며, 스스로의 평온을 유지하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이 유연함은 대부분 아주 작은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조금 비켜도 괜찮겠다.’
‘지금은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되겠다.’
‘저 사람은 아직 모르는 걸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한 번의 선택이 이루어질 때, 그 사람은 단순히 양보한 것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더 크게 본 것입니다.
사실 사회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힘은 거창한 규칙이나 제도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한 발 물러서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그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지고, 다시 또 다른 배려로 이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흐름을 만듭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맞는 사람인가,
아니면 상황을 더 넓게 보는 사람인가.
삶을 오래 살아갈수록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옳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은 유연함이고, 배려이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평온입니다.


옳음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지혜는
옳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순간에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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