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못한 가족

A Family Inferior to Others

by 지누리즘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분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어떤 분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은 당연히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가족은 위로의 장소가 아니라 오래된 압박과 두려움이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을 이해해 보자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생각보다 깊이 남습니다. 특히 세 살에서 다섯 살, 그보다 더 어린 시기에 받은 압박과 두려움은 마음의 바닥에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그렇게 살아갑니다.


예전 세대의 가족 구조는 지금보다 훨씬 강압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는 왕처럼 군림하고, 아이들은 말을 삼켜야 했습니다.

밥상에서는 말하지 말아야 했고, 의견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무례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집은 쉼터가 아니라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친구들과 웃고 지내지만 집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바뀌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느냐.”
“그냥 잊어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렇게 단순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세상을 처음 바라보던 시기에 들어온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그 상처를 만든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 “왜 싸움을 만들려고 하느냐”라는 말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처를 이야기하려던 사람은 다시 침묵하게 됩니다.


저자 역시 오랫동안 그런 상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압박과 폭력,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 속에서 보낸 시간들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삶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살아왔고, 알아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웠고, 어떤 날은 트라우마처럼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삶이 압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약 4년 전부터 책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책, 철학 책, 사람의 삶을 다룬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겪은 것이 무엇인지, 왜 마음이 그렇게 반응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책 속에서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문장을 만날 때면 오히려 마음이 더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당했는데.’
그 생각이 올라오면서 책을 덮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읽다 보니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게 된 것입니다.
나보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하나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내 상처가 작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의 고통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조금씩 다른 시선이 생겼습니다.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세월이 필요합니다.
자각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길을 찾으려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항상 따뜻한 공간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가족은 여전히 어려운 관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적어도 누군가의 고통을 함부로 가볍게 말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상처로부터 나아가려는 첫 한 걸음은

어느 방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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