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ress Yourself Without Holding Back
요즘 심리 상담소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보다 삶은 풍족해졌고 사회 시스템도 좋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속 고립감은 더 깊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오히려 줄어든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상담을 받는 일을 조금 특별한 일로 생각한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거나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마음이 조금 힘들었던 시기에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10회를 끊어 상담을 진행했는데, 한 번에 한 시간씩이었다. 상담비는1회당 10만원으로 적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상담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거의 98퍼센트는 내가 말을 했고 상담자는 중간중간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답을 알려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시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말하고 있는 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묻혀 있던 감정,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상처에 대한 시각,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덮어 두었던 마음들이 질문 하나를 통해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상담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질문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말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진 적도 먆았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몸의 건강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몸이 조금 아프면 병원에 간다. 내과나 외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 때로는 내가 인지하고 있던 작은 문제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더 큰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발견이 오히려 큰 병을 예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도 상담을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면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종종 이것을 치과 스케일링에 비유하곤 한다. 거울로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치석이 잇몸 속에 숨어 있다가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면서 제거되듯이, 마음속에도 내가 보지 못하는 생각과 감정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쌓이면 마음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치과에 가듯 마음도 가끔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상담자와 비밀 유지에 대한 서약서를 작성했던 기억도 난다. 상담 내용은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훨씬 편안하게 마음속 깊은 이야기까지 꺼낼 수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치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상담자라는 중립적인 존재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꼭 상담자에게만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혹은 믿을 수 있는 지인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파트 단지 근처 카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세 명, 다섯 명씩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흥미로운 점은 때로는 서로의 이야기를 깊이 듣지 않고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이런데.” 하며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데도 그 시간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누군가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더라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가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드럼을 가르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한다.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을 통해 나 자신이 더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생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은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이해하고, 어떤 학생은 손을 잡고 직접 보여 주어야 이해한다. 또 어떤 학생은 스스로 연습하도록 격려만 해 주어도 성장한다.
그래서 늘 고민하게 된다. 이 레슨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면 이 학생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고민의 과정 속에서 나는 계속 배우고 성장한다.
한 번은 조금 먼저 배운 학생에게 완전히 초보인 학생을 잠깐 가르쳐 보라고 한 적이 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학생이 생각보다 훨씬 생생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본인이 얼마 전까지 겪었던 어려움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드럼을 배울 때 어떤 부분이 안개처럼 막막했는지, 어떤 순간에 이해가 되었는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설명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더 분명하게 느꼈다. 표현하는 사람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단계에 있든, 어떤 위치에 있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사람은 계속 성장한다. 가르치면서도 성장하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성장하고, 상담을 하면서도 성장한다.
표현은 결국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발견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메타인지가 깊어지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막힘없이 나를 표현하라고.
완벽하게 정리된 생각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가 완벽하게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다.
표현하는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표현하는 사람은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