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0일 일요일
오늘부터 자랑거리 하나씩을 적어보기로 한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조금 대단한 것까지 다 괜찮다.
최근 좋아진 작가의 수필을 읽다 매일 아침 자랑거리를 늘어놓는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매일 꽤나 스스로 잘했다 되뇐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록해 놓질 않으니 그렇게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서.
오늘부터 써 보려고 한다.
매일 쓸 수 있을까?
사실 좀 걱정되지만.
오늘의 자랑거리는 나의 선견지명에 관해서다.
느지막이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좋았다.
나는 빨래를 밖에 널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날씨의 좋음을 판단한다.
오늘은 100% 밖에다가 빨래를 널 수 있는 햇빛이었다.
눈을 떠 화장실을 가는 길에 바로 세탁기에 빨래를 집어넣었다.
인간이 서 있기엔 뜨거운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에 빨래를 너는 기분이란.
집안일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오늘도 밖 베란다에 마음에 들게 빨래를 널었다.
원래는 일요일에 빨래를 밖에다 널어놓고 1박 2일이 끝난 후 안으로 들여놓지만
오늘은 왠지 1박 2일이 시작하기 전에 안으로 들여놓고 싶은 거다.
그래서 아직 햇빛이 살아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시 10분경에 빨래를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는 늘 하던 것처럼 1박 2일을 틀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리 집은 5층 중에 5층이라 비가 오면 빗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리는데
빗소리에 다른 소리가 묻힐 만큼 아주 거센 비였다.
문득 시계를 봤다. 7시 10분.
그리고 문득 방 안에 들여놓은 빨래를 봤다.
!
평소처럼 1박 2일을 다 보고 빨래를 가져와야겠다 생각했다면
이미 내 빨래는 망해버렸을 거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일찍 들여놓은 게 보송한 빨래를 지키는 길이었다니.
나는 그 순간 너무 뿌듯해 자꾸만 창밖과 빨래를 번갈아 지켜보았다.
아니. 오늘따라 왜 일찍 들여왔어? 정말 너무 잘했네.
축축함에서 조금 촉촉함으로 변해 완벽히 마름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의 빨래들이
지금도 매우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