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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06. 2020

많은 것을 이룬 늙은이의 알몸을 보고

나의 아버지는 우리 삼 남매가 학창 시절에 '무한도전'을 보는 것을 참 싫어하셨다. 텔레비전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다. TV 프로그램 중에 허락해주시는 것이라고는 '9시 뉴스'와 '사극'정도였다. 하지만, 10대 때의 호기심을 억누를 수만은 없다.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과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 사이에 몰래 텔레비전을 봤었다. 생생정보통이 정말 꿀잼이었다. 부모님이 오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면 바로 방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도 다 아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들이 쓸데없이 시간낭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본인도 쉴 새 없이 바쁘게 사셨다. 성인이 된 지금 유년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뿐이다. 책상에 앉으시고는 노트북으로 무엇인가를 바쁘게 하시는 뒷모습만 생각난다. 아버지는 지금도 그렇게 사신다. 에전에 비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 가지고는 잔소리하지 않으신다.




하루는 외식을 하였다.  양갈비 스테이크를 시켰다. 야무지게 고기를 썰던 도중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아버지는 무슨 재미로 사실까?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행복은 무엇이 나고. 왜냐하면 그는 항상 쉴 새 없이 무엇인가를 하셨고, 쉬는 것이라고는 주말에 낮잠 정도밖에 없었다. 요새 들어 골프를 치러 다니시지만 그전에는 딱히 운동도 열심히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너무 궁금했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삶의 행복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씀하셨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나의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듣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편안한 삶, 노력하지 않아도 월급이 들어오는 삶, 편한 업무를 하는 일을 가진 삶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의 목표를 두고 그것만 바라보고 사는 삶이라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군대에서 우연히 투스타(별이 두 개)와 같은 목욕탕을 같은 시간대에 사용하게 되었다. 굉장히 불편했다. '경례를 해야 되나....' 마음속으로 고민도 많이 했다. 곁눈질로 그분이 샤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확실히 60대 정도 되셔서 그런지 피부에 탄력은 많이 없으셨다. 갑자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이 행복이다'


사령관(투스타)이 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까.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까. 심지어 60대인 몸을 이끌고 아침 6시마다 매일 똑같이 헬스를 하고, 샤워를 한다. 반복된 삶과 노력이 그의 인생 자체였다. 


늙은이의 쭈글쭈글해진 엉덩이를 보고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사는 아버지들의 모습에 경외심이 느껴졌다. 한없이 그렇게 물을 맞고 서있었다. 


그저 꿀 빠는 것만 생각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백수가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사람은 생산적인 일을 할 때 행복하다. 자신의 생산적인 일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는 더없이 기쁘고 즐겁다. 


닭 장안에 갇혀 그저 주는 음식만 받아먹고, 시간을 보내는 닭의 삶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발톱을 드러내고 큰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삶은 더 멋지다. 마냥 편하게 사는 삶보다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삶도 행복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주변의 환경 탓을 하지 않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실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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