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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Oct 04. 2020

그냥 하기

가장 순수한 동기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땅을 파고 있는 행위는 쓸데없는 짓이다. 더 나아가 '왜 땅을 파고 있니?'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우리들 인생에서 '그냥'하는 것들이 없어져간다. 어떻게든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낸다. 그 이유는 조급하기 때문이다. 조급한 이유는 남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짓을 왜 하는지 이유가 있으면 정신승리가 가능하지만, 그것 조차 없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나 또한 마차가지다. 아무도 보여주지 않는 글을 쓸 때는 정말이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썼다. 남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시리 오픈되어 있는 공간이기에 부끄럽다. 그래서 솔직한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냥, 재미있어서' 쓰기보다 '좋은 글, 귀감이 되는 글,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은 글'이 되기 위해 쓴다. 그러다 보니 글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고, 나조차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글이 탄생하고 만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 종이 치자마자 식사를 5분 안에 끝낸 후, 오른쪽 겨드랑이에 축구공을 끼고 운동장으로 뛰어가고는 했다. '그냥' 너무 좋았다.


 다들 인생에서 하나씩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다. 이와 달리,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지고 하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어'다.  훗날 '파견 교사'를 하고 싶어서 중국어 책을 편다. 하지만, 그 의지가 세 달을 넘기기 힘들다. 중국어가 '재미있어서'하는 사람들과 경쟁조차 되지 않는다. 재미를 붙이려 해도 쉽지 않다. '중국어'에 재미를 붙이기보다 단기간 안에 이루어야 할 목표로만 생각하니 책만 펴면 졸리다. 반복적으로 따라만 하니 턱만 아프고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 인생에서 '그냥'하는 것들이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멋이 없어질 것이다. 남들과 똑같아지고 있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들을 봤을 때도 이유를 묻지 말자. 황당한 도전을 하는 친구를 북돋아주자. 아무 생각 없이 , 아무 짓이나 하는 친구들이 나는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옆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짓이나 할 때, 계속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세계가 좁아진 것이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자꾸 이유를 묻는다는 것은 꼰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일 수도 있다. 남들에게도 묻지 말고, 나한테도 묻지 말고 '그냥'하는 것들을 늘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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