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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10. 2020

긁지않은 복권, 피기 전 꽃봉오리

아직 피지 않은 꽃이다.


우리는 꽃봉오리다. 아직은 터지지 않은 꽃이다. '나'라는 꽃이 터지고 만개할 때짙은 향기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시원하게 터지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나도 터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구나 겨울은 오고 나의 겨울은 단지 조금 길 뿐이다. 인생은 자연의 법칙을 따르게 되어있다. 겨울이 지나면 무조건 봄은 온다. 나는 꽃봉오리다.


 매미는 땅 속에 3년을 기다리고, 대나무는 4년 동안은 미동도 없이 땅에서 웅크리고 있다. 결혼식때 개봉한다던 우리집 인삼주는 언제 열릴지 모른채 쉬고계시다.  뭐든지 자기만의 때가 있는 것 같다. 준비되지 않았는데 터지면 차갑게 식을 일만 남는다.



재미로 '운세 보는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그리고 나의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이름을 입력하고 '내 운세 보기'를 클릭하였다. 좋은 말이 많은 것 같아 내심 기분좋게  읽어내리던 도중 충격적인 멘트가 나왔다.





'회원님의 전성기는 50대입니다'




'........'





'아직 20여 년을 더 기다려야 나의 전성기가 오는 거야? 50대 되면 내가 제대로 서있거나 뛸 수는 있으려나? 그때 되면 치아가 다 사라져서 틀니로 고기 씹는 것 아니야?'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재미로 본 운세지만 조금 우울해졌다. '영 앤 리치'까지는 안돼 더더라도 30대 후반 정도에는 소소하게 중박이 나길 내심 기대했는데 운세가 그렇다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그래도 전성기가 한 번은 오네'



누구나 꽃봉오리. 언제 가는 한 번 만개하겠지만 그 시기는 다르다. 개나리처럼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국화처럼 가을에 피는 꽃이 있다. 누구나 시기는 다르지만 한 번은 화려하게 만개한다. 그리고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고 힘차게 줄기를 뻗은 꽃일수록 그 향기가 진할 것이라 믿는다. 당신은 아직 피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전성기가 온다. 그게 언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성기를 조금 당기는 것이다. 자신만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교육 관련 책을 읽고, 재테크 공부를 하고, 헬스를 열심히 하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중이다. 훗날 이것들이 어떻게 나를 기쁘게 해 줄지는 모르겠다. 꼭 결과가 좋기만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언젠가 필 꽃을 기대하며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는 내 모습이 좋다.



우리는 꽃봉오리다. 화려하게 만개할 날만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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