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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08. 2020

나의 만족과 남의 인정 사이


'아이패드 프로 3세대'를 산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때부터 그린 그림이 약 50여 장을 넘었다. 1년이 12개월이니 한 달에 4장 정도는 평균적으로 그린 것이다(내가 이렇게 꾸준할 수 있다니)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기안 84처럼 유명해지려고 그리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도 펜을 흔들며 그림을 그린다. 외부적으로 하등 이익도 없지만 나는 왜 그림을 그릴까. 나는 왜 퇴근하고 저녁 먹고 책상에 앉아 펜을 들까?


그림을 그릴 때는 내가 나로 사는 느낌이 든다. 즐겁다. 뭐라도 하는 느낌은 꽤 좋다. 사람을 공허함에서 꺼내 준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릴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0대 시절 우리 집은 부모님이 10시만 되면 무조건 취침을 명령했다. 다른 가족들처럼 밤에 다 같이 나가서 산책을 한다거나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 3시까지 깨어있을 때, 하고 있던 것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형의 초상화를 샤프로 그렸다. 오른손 밑동이 까맣게 변했다. 형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몰입을 맛본다.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아이패드에 코를 처박고 그리고 있다.

지금도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 아이패드를 소유하면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세상에 온전히 존재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느끼는 성취감은 덤이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많이 오버스럽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소리도 좀 듣고 싶고, 내가 그리는 그림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즉, 남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남의 인정을 받고 싶으니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 요새 인기 있는 그림을 찾게 되었다. '남들이 뭘 좋아할까?'에 꽂혀 내가 정작 그리고 싶은 그림은 2순위로 밀려났다. 그림을 자꾸 따라 그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따라 그리면 금방 그리지만 뭔가 아쉽다. 오롯이 나의 시간을 보냈다기보다 나의 시간을 뺏긴 그런 느낌이다.


인기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내공이 쌓이고, 실력이 쌓이면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감동하여 팬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기라는 것이 생기는 거지. 인기가 많아지게 해 주세요 기도한다고 많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남의 인정은 쉽게 받기 힘들다.


나의 만족과 남의 인정 중에 솔직히 남의 인정이 더 기분 좋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칭찬은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런데 칭찬은 목마르다. 내가 원할 때 받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에게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만족해버리기'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것은 남의 인정을 기다리는 것보다 확실하다. 말 그대로 확실한 행복이다. 대신, 그 만족감은 남의 인정보다는 작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남의 인정과 나의 만족 사이 그 중간이 좋다. 남의 인정만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요, 나의 만족만 넘친다고 기분이 좋지는 않다. 뭐든지 적당해야 좋다. 하지만, 남의 인정은 시간이 좀 걸린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생에는 못 느낄 수도 있다. (고흐도 그러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베팅한다. 내가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만족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 내가 좋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남의 인정을 받으면 너무 좋겠지만,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니, 나 스스로 만족하는 방법을 배워가려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돈으로 환산하지는 말자. 돈 말고도 중요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나에게 만족감이란 그런 것이다. '그림 잘 그렸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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