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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02. 2020

말로 상처 주지 않겠다는 다짐

'일이나 더 잘하라 그래'


으윽.. 우연히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운 좋게 글쓰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정말 운이 좋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태어나서 글쓰기로는 처음 상을 타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이 아닌 공식적인 공모전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여 내 글이 좋은 글로 뽑혔다는 사실은 나를 춤추게 했다.


주변 동료들에게 말하지 말걸 그랬다. 그냥 조용히 화장실에서 무음으로 소리 지를 것 그랬다. 왠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살짝 흥분해버렸다. 


'운 좋게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잔잔하게 박수도 쳐주고,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부장님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셨다. 그때 표정을 살폈어야 했는데 나의 순발력이 문제였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들어오셨다. 옆의 동료는 눈치 없이 말했다.


'부장님! 이 친구가 상을 타게 되었답니다!' 


평소에 농담도 잘하시고, 천사 같은 부장님이라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응? 일이나 더 잘하라 그래' 퉁명스럽게 말을 뱉으시고는 자신이 할 말을 하셨다. 중요한 내용이었으나 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일이나 더 잘하라 그래'라는 말이 귀에 맴돌았다. 하얀 화선지에 먹이 퍼지듯, 내 머릿속도 온갖 생각이 서서히 퍼져갔다.  


'내가 이때까지 그렇게 일을 못했나?'라는 생각까지 번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사였다.


나의 직장생활을 돌이켜보고, 허탈해졌다. 이때까지 내가 보여준 충성심과 애사심은 눈 녹듯 녹아버렸다. 그리고, 퇴근하고 나서도 귀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런 날이 되어버렸다. 하염없이 걷고 싶은 그런 날 말이다.



 


'그는 농담이었을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 되어버렸다. 이미 개구리는 돌에 맞아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그의 평소 언행과 행실을 봐서 농담 식으로 말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표정이 차갑게 굳어있는 바람에 정말이지 진심으로 들렸다. 


자꾸만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이어지자 끊어보려 노력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힘들 때 배울 점을 찾는다던데... 나도 한번 찾아보았다.


 '그래, 이 사건에서 내가 배울 점이 뭘까?'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최소한 나는 이제부터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을 때려서 상처 주는 일은 성인 세계에서 잘 일어나지 않으니, 상처를 줬다 하면 그것은 '말'로 조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말조심하기로 했다.


언젠가 나도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다. 아니다 멀리 생각할 것도 없다. 바로 내 옆에 후배들이 있다. 이 후배들에게는 절대 말로 상처 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좀 더 나아가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처 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정말 말 그대로 마음먹었다. 내가 뱉은 말이 남에게는 상처를 주고, 삶의 의욕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나쁜 영향은 주고 싶지 않다. 내 후배와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혹시나 상처 주는 말을 본의 아니게 했다면, 주말마다 신앞에 가서 무릎 꿇고 빌 것이다. 제가 한 말을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후회합니다. 다시는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않겠습니다. 않겠습니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고,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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