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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22. 2020

스스로를 괴롭히는 친구이야기

군대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군대에서 처음 봤을 때 등과 어깨가 너무 굽어있어서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저렇게 등이 굽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니 스스로 위축되어 땅만 보고 다니고, 움츠리고 살아와서 유독 굽어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깨 좀 펴고 다니라고 등을 툭툭 치고 다니곤 했었죠.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 더 펴야 됩니다)


그는 유독 남다른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놀려도 발끈하죠. 동갑내기 친구라 농담도 많이 했지만,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어색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왜 그런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오랜만에 그 친구와 식사자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루치기를 야무지게 하는 집인데, 상추나 깻잎 같은 쌈은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식당이었습니다. 수저 다 세팅하고 나서  "쌈채소 좀 가져와줄 수 있나?" 물었습니다.



"응, 나는 안 먹을 거니까 네가 가져와"라는 대답에 '이 녀석이 또 병이 도졌구나'라고 생각하며 쌈 채소를 가져왔습니다. (꿀밤 때릴 충동을 강하게, 강하게 눌렀죠)


그런데 누구보다 야무지게 쌈을 싸서 고기를 먹더군요. 괘씸한 놈...


우걱우걱 채소를 욱여넣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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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어, 그리고 욕도 가끔씩 먹었지. 그래서 남들에게 욕먹는 게 너무 싫어"




그의 말대로라면 이혼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기가 소심해졌고, 자신을 얕잡게 보던 또래 친구들이 놀리고, 욕도 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그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했죠. 군대에서부터 궁금하던 것이 조금은 해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듣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이 생겨 못 참고 한마디 던졌습니다.




저도 갈길이 멀고, 잘살고 있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친구이야기를 듣다보니 너무 답다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꼭, 단점을 없애야 해? 너 얘기 들으니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장점을 더 키우는 게 낫지 않아?"



둘 사이 침묵이 흘렀죠. 친구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기가 싫어하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없애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너무 시간낭비 같았죠. 차라리 그 시간에 장점을 계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나서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너는 성경을 매일 읽잖아.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너의 지금 모습을 사랑하라는 것 아니야?"


하나님에 특히 의존을 많이 하던 그 친구의 귀가 갑자기 빨개졌습니다. 그리고, 수저를 탁 놓으며


"그래, 네 말이 맞네"라고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아무도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데,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단점만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단점이 그렇게 쉽게 없어지면 단점일까요? 제 평생 노력해도 제 단점을 없앨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놓고 그 모습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상적인 모습에 다가가는 과정이 즐거운 노력하는 시간이 아니라 괴로움을 참는 시간이 되는 것 입니다.

 '왜 난 이렇게 태어났을까, 과거에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고 뭐했지...'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갑니다.


 이제는 그 친구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이상적인 모습은 지우고, 지금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지금 여기서부터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나'가 존재해야 발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괴롭히는 바보 같은 짓은 이제 그만둡시다.


그 친구도 잘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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