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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r 17. 2021

소변기에서의 감동

 때는 2014년...대학교 시험기간이었다.


전날 벼락치기로 정신은 반쯤 나간 상태였던걸로 기억한다. 시험시간에 맞춰 고사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근심을 내려놓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시험을 보는 건물은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곳이었고, 화장실도 처음이었다. 소변기에 서서 볼일을 보는 순간 캘리그래피로 예쁘게 쓰인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한창 봄 벚꽃이 휘날리는 때라 그런건지, 전날 밤을 새워서 몽롱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속에서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 심지어 울컥했다. 자칫 걸어 잠그지 않았다면 시험 보기 전 한바탕 눈물을 흘릴뻔했다. 예기치 못한 감동이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우쳤다. 평소같았으면 흘러가는 글이였지만, 그 날은 내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오랫동안 자리를 머물다 떠났다.

 글의 힘을 절절히 느꼈다. 비록 그 길이가 짧아도 글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도 준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남들에게 위로와 힘이 돼주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글이 감동을 주는지 여부는 그때 상황, 심리적 상태, 불안함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몸도 고되고 힘든 날에 부모님의 '고생했다' 한마디는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말 그대로 적재적소에 적당한 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소변기에서 감동을 받기도 한다.


 브런치에 쓴 글은 기록이 되어 하나 둘 쌓여간다. 출판을 꿈꾸고 있지만, 지금 글쓰기 실력으로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나의 글을 접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저 먼 우주에서 나를 볼 때는 먼지처럼 작다. 이런 작은 존재가 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소심하게나마 그런 삶을 꿈꾼다.


책 '마지막 몰입'에 나온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간의 뇌를 최대한 발휘하게 된 '루시'에서 나온 내용이다. 인간의 뇌를 100% 쓸 수 있게 된 루시가 박사님에게 묻는다.


 '새로운 재능을 가지게 된 제가 이제부터 뭘 해야 하죠?' 박사님은 대답한다. '생명의 첫 시작과 본성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세요. 첫 번째 세포가 두 개로 나뉘는 맨 처음을 생각해본다면 생명체의 유일한 목적은 배운 것을 전수하는 거죠. 그 이상의 목적은 없습니다. 지금 축적하고 있는 그 모든 지식을 어찌해야 할지 묻는 거라면 제 대답은 이겁니다.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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