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 Aug 22. 2021

기안 84 사태를 보며 느끼는 인간 관계

나혼산에서 기안84의 10주년 연재 마감파티를 ‘서프라이즈(?)’로 진행한 것이 논란이 되었다.

관련 영상을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서프라이즈도 나중에 등장해야 서프라이즈지 아예 안나오면 그게 무슨 서프라이즈냐

그렇게 따지면 호날두 노쇼도 서프라이즈겠네…

일반적으로 서프라이즈를 하는 이유는 반전을 주기 위함이다. 일부러 실망시키고 나서 극적인 반전을 통해 기쁨을 배로 늘리는 것이다.

그냥 놀래키키만 하는 것은 사람을 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는 기안 84 입장에서도 봐야하고 나혼산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봐야한다.

기안 84의 경우는 직장동료를 직장동료 이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라고 명명하기도 씁쓸하지만, 직장동료는 직장동료일 뿐이다.


남자들은 군대 동기들도 있다. 서로의 피와 땀과 눈물을 공유한 동지들과 전역할 때쯤에는 평생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자며 헤어진다. 하지만, 전역하고 난 이후에는 만나기 힘들다.

물론 개중에는 전역하고 나서도 연락하고 꾸준히 만남을 가지는 친구들이 몇명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대동기들과는 사회에서 만나지는 못한다.


직장동료도 마찬가지다. 직장동료가 동네 친구나 친한 친구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 직장 동료들끼리는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너 아니면 내가 진급한다.

윗라인을 잘 타야 승진도 하고, 선배들에게 이쁨도 받는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계속된다.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방송국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서로 캐릭터가 겹치면 한 명은 퇴출된다.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보려고 자극적인 말도 간간히 던져야 한다. 만만한 사람에게 그 화살을 쏘게 마련이다.


이렇듯 직장동료를 직장동료 이상으로 생각한 기안 84의 순수함이 안타까웠다.

결론은 나혼산 제작진의 잘못이 정말이지 크다.

직장동료라고 해도 10년 프로젝트를 끝낸 동료의 파티에는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다른 형태로라도 축하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직장동료도 그정도는 한다.

그리고 애초에 안간다면 미리 얘기를 했어야 했다. 그냥 사람 한 명 바보 만든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저 착한 사람과 만만한 사람에게는 한 없이 가혹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직장 동료들에게 할 짓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씁쓸했다. 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있는 소시민이다. 다행히 지금 있는 직장에서는 생일이라고 케이크도 사주고 같이 나눠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기안 84의 쫑파티도 서프라이즈였다면 방송국 안에서라도 케이크들고 컷팅이라도 한 번 했으면 좋았을텐데.. 시청자로써 아쉬움이 남았다.


기안 84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저것이야말로 직장내 왕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직장 인간관계는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선을 지키는 것이 딱 좋다. 선을 지킨다는 것은 일할 때는 서로 존중해주고, 일이 끝나면 개인 생활도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하루에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절반이 훌쩍 넘는다. 직장생활에 희노애락은 하루가 멀다하고 반복된다. 그 전쟁통에서 같이 싸우는 전우들이 서로를 챙겨주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것인가.


선을 지키는 것은 참 애매하고 힘들다. 그래도 기안 84의 경우처럼 서프라이즈라 변명하면서 무관심하게 지내지 말고, 축하해줄 것은 축하해주고, 슬픈것은 조금이라도

나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사람 만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