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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Oct 01. 2021

죽기 직전 긁어보려던 복권을 긁어보았다.

나는 주말이 되어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복권보다 바로 결과를 알려주는 긁는 복권이 좋다. 그래서 가끔씩 재미로 복권방에 가서 1000원짜리 ‘스피또’를 사곤 한다.

올해 초에도 어김없이 복권방에서 1000원짜리 스피또를 두어 장 샀다. 그런데 그날따라 결과를 바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벽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왠지 모를 기대감때문이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우연’을 꿈꾼다. 길거리 캐스팅처럼 우연한 만남이 유명한 배우를 만들기도 하고, 묻지 마 폭행처럼 우연한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나는 ‘우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출근길에 우연히 본 새끼 고양이는 나를 미소 짓게 하고, 퇴근길에 우연히 본 노을은 나를 충만하게 한다. 매일매일이 똑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에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는 ‘우연’은 ‘운명’이라 하기도 하고, ‘인연’이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연 발생하는 지점은 선택들이 모여 접점을 이루는 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다면 그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운명, 인연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 남자의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모여 그 시간 서점으로 갔고, 그 여자 또한 자신의 여러 가지 결정들이 모여 그때 서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복권의 우연과 인간관계의 우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복권도 복권방까지 가서, 얼마어치를 어떻게 구매할지를 선택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랜만에 긁은 복권은 당첨되지 않았다. 그래도 당첨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를 몇 달간 설레게 했고, 그것은 1000원 이상의 만족감이었다.


왠지 모를 기대감, 즉 우연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누구에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연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연과는 조금 다르다. 우연은 다른 말로 운명이고, 자신의 선택들의 합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찌 보면 ‘우연히’라는 말은 필연과도 같다 생각한다. 필연이라는 말이 무겁고 힘들게 느껴지니까 일부러 만든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인생은 선택들의 합이다. 행운도 인생의 일부고, 불행도 내 소중한 시간의 일부다. 행운만 좇지 말고, 불행이라 생각되는 시간들도 소중히 감쌀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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