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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Sep 08. 2021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는 이유(D.P)

요새 DP가 난리다. 난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으로 보아 다들 한 번씩은 본듯하다.

6화까지밖에 없고, 한 번 틀면 넷플릭스 특성상 멈출 수가 없다. 나도 한 편만 보고 잔다는 것이 쉬지도 않고 4화까지 몰아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어김없이 지각을 했다.


DP를 보고 있자니 예전 군대 생각이 났다.


LATTE 군대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군대에 있을 때 나의 지휘관(대대장)은 사관학교 출신이었다. 나는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었지만

하도 대대장에게 썰을 많이 들어서 가끔씩 내가 사관학교 출신인가 헷갈렸다.


술을 먹다가 나온 주제였다. 사관학교의 선후배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관학교는 따로 훈육관도 있지만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형식으로 많이 교육이 진행된다.


여기서 맞기 수나 3년을 같이 다녀야 하는 선배와 관계가 틀어지면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그때 그 시절, 알게 모르게 폭력도 일삼던 그때 군대 시절 이야기를 대대장이 꺼냈다.


가혹행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슴을 툭툭 치거나, 말로 폭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맞선 배 중에 대대장을 그렇게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말로 상처 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얼굴, 생김새, 키, 부모님까지 거들먹거리면서 3년 동안 무지하게 까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상처가 쌓이고 쌓이니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절절했다고 한다.


졸업식날 선배들이 후배들 앞으로 행진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 선배가 지나갈 때 후배인 대대장은 뒤로 돌아서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소심한 복수를 했다.


그런데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다.

나중에 40대가 돼서 그 선배를 다시 만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군대 특성상 자대에 가서도 선, 후배를 만날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렇게 선배가 꼴 보기 싫었다고 한다. 당연히 선배는 기억도 나지 않고, 허허허 웃으며 대하지만 후배인 대대장은 그 나이가 되어서도 예전 기억 때문에 잘 지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저 잘 지내려는 그 선배의 모든 말과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잘해주면 잘해주는 만큼 모욕받고, 괴롭힘 받던 시절이 떠올라 힘들었다고 한다.



DP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전역하던 황 병장이 작별인사를 하며 괴롭히던 후배에게 말한다.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다 잊자고..' 그런데 괴롭힘 받던 후배는 그런 말을 한다. '우리가 좋았던 때가 있었느냐..'


처음에는 대대장이 쪼잔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무서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앞섰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심지어 그 상처를 평생 가지고 갈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비단 군대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모욕하거나 말로 남에게 상처 주지 말자 다짐했다. 그렇다고 매사 참는 것도 방법이 아니니 어떻게 하면 내 화도 풀리고, 그 사람에게 잘못을 표현할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최소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에는 감정은 빼고, 알맹이만 전달하려 노력해야겠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쉽게 잊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던진 사람은 모른다. 최대한 무심코 던지는 돌은 던지지 말고, 돌을 던질 일이 있으면 주변에 제일 작은 돌을 잘 조준해서 팔이나 다리만 맞추자. 물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는 격렬하게 저항하되, 나부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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