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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01. 2022

끝!

대한민국에서 장교로 군대 다녀 오기

단기 장교로 군생활을 마감했다. 얻은 것은 많고 잃은 것은 적었다. 남들보다 2배 가까이 길었던 군생활을 끝내며 내가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잃은 것은 사실 없다. 군생활 자체가 3년이라는 것 빼고는 단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어떻게 살든 시간은 흐른다. 대신 3년 동안 정말 알찬 시간을 보냈다. 정말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었다. 


얻은 것들을 천천히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돈을 모았다. 월급의 50% 정도를 저축했던 것 같다. 중소 위는 대략 200만 원 남짓의 월급을 받는다. 못해도 월에 100만 원은 모으려고 노력했다. 장교는 월세, 이발비, 식비, 의료비 등이 거의 공짜 수준이라 돈을 모으기 수월하다. 좀 더 악착같이 모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래도 나름 모았다. 


모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3년 간 퇴근하고 주식, 부동산 공부를 많이 했다. 결국 전역하기 전에 무리해서 지방에 아파트를 하나 매수했다. 2년 후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많은 수익이 나지 않아도 좋으니 꼭 조금은 가격이 올랐으면 좋겠다. 


군대에 있을 때 코로나가 터졌다. 덕분에 주식시작이 박살이 나고 덕분에 주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했다. 주식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주식의 슬픔을 깨닫고 있다. 분위기가 좋고 운이 좋았나 보다. 


사람인 이상 공부만 할 수 없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가장 잘한 것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것이다. 혼자 글을 쓰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를 도전했다. 운 좋게 합격하여 지금 구독자가 200여 명이 넘는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지금은 구독자 1000명이 목표다. 더 나아가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썼으면 좋겠다. 아, 전자책은 한 권 써봤다. 부동산 관련 주제로 썼지만 지인들밖에 구매를 하지 않았다. 그건 조금 슬프다. 


또 잘한 것은 아이패드를 지른 것이다. 그 당시 가장 비싼 아이패드 프로 3세대를 3년 할부로 구매했다. 덕분에 전역과 동시에 할부금이 끝났다. 아이패드 프로를 사고 그림 그리는 취미가 시작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항상 망설여왔다. '내가 무슨 그림이야'라는 생각으로 몇 년을 미루다 과감하게 시작했다. 인스타에 계정을 열고 그림을 그렸다. 아직은 팔로워가 지인들 밖에 없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다. 성장하길 바란다.


주말에 사람들을 만나서 놀거나 그림을 그렸다. 덮어놓고 먹다 보니 살이 조금씩 붙었다. 훈련 기간에 10kg 감량했지만 서서히 다시 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장교이기에 몸 관리는 필수다. 매년 체력 측정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으면 성과상여금이 깎인다. 


훈련을 받을 때는 좋으나 싫으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6시에 일어났다. 3개월 간 6시에 일어나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좋은 습관이었다. 군 생활 3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6시에 일어난다. 하루가 길다. 보통 장교 생활에는 아침에 운동을 했다. 공복에 유산소는 진리다. 살이 붙으래야 붙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안 하자마자 귀여운 뱃살이 곧바로 등장한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장교 훈련의 꽃은 이도 저도 아니다. 바로 작은 성공 습관이다. 처음에는 나도 뚱뚱했다. 거의 100kg를 육박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에 달리기 하고, 틈만 나면 팔 굽혀 펴기를 시켜서 살은 급속도로 빠졌다. 다행히 머리는 같이 빠지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처음에는 1km 달리기도 버거웠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성공하니 어느새 3km는 11분 때에 달렸다. 그렇게 작은 성공 습관들이 쌓이니 나도 큰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것이 장교 훈련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훈련기간이 길긴 길다...


장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좋은 사람들과 멋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 것이다. 단기 장교는 필연적으로 중간관리자다. 밑에 병사와 부사관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해야 하며 계급이 높은 장교에게는 지시를 받는다. 내가 잘 꾸려가야 한다. 위에서 쪼고, 밑에서 대든다. 그 과정을 몸소 경험하는 곳이 장교 생활이다. 덕분에 위기 대처 능력, 상황 파악 능력, 사람 관리 능력이 급속도로 향상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도 급속도로 상승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덕분에 멋있는 윗사람들도 본다. 카리스마 있게 사람들을 휘어잡는 지휘관들을 보면 '나도 저 사람의 나이가 되어서 저렇게 행동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물론 못난 어른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사회, 어떤 직장을 가든 똑같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이제나 저제나 군대는 배울 것이 많은 조직이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물론 돈도 남는다. 좋은 사람들과 일했던 경험은 나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고, 그 사람들과 가끔씩 연락하는 것은 또 다른 행복감을 선사한다. 다음 달에는 같이 일했던 병사가 대학교에서 기타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열일 제쳐두고 구경하러 가야겠다. 


전역을 하기 전에 후배 장교가 물었다. '장교로 온 것을 후회하는가? 자부심을 느꼈을 때가 있는가?' 처음 들었을 때는 어버버 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교로 있던 매 순간이 자부심의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장교이기에 많이 배웠고, 행복했다. 나 스스로가 참 멋있어 보일 때가 많았다.  

물론, 힘들 때도 많았고 부조리를 겪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예전 우리 아버지네 군대처럼 폭력을 쓰지는 않는다.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록 배울 점도 있다. 최소한 그 시간을 버티는 내공은 쌓인다. 


내가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나는 장교를 추천할 것이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나는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할 것이다. 장교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의 정복(제복)의 다이아몬드는 힘차게 반짝이고 있다. 보고 있으면 멋있다.  





하지만!

군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전역하고 사회가 더 좋은 건 사실이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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