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문신을 하나 해야 한다면 어떤 문신을 할 것인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아쉽게도(?) 현재 내 몸에 문신은 하나도 없지만, 무조건 하나는 해야 한다면
나는 아마 '만다라'를 새길 것 같다.
만다라 문양과 산스크리트어로 만다라를 새길 것 같다(मण्डल 이렇게 생겼다)
'만다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그 뜻과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만다라는 불교용어다. '만다'라는 뜻은 원, 중심, 본질을 의미하고 '라'는 변하는 것,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특히 티베트불교에서는 만다라를 모래로 그린다고 한다.
모래로 일주일, 일주일, 한 달 시간이 걸려 그린 모래 그림을 완성되면 기도를 한 후, 지워버린다.
정말 열심히 만든, 열심히의 수준이 아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굽혀서 한 땀, 한 땀 하루 종일 만든 예술작품을 끝나자마자 파괴해 버린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시간낭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들으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열심히 그린 그림이긴 하지만 우리가 죽을 때 들고 가지는 못한다.
우리도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죽을 듯이 최선을 다하고 나서 인생에서 조그마한 성취와 성공을 이룬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없어지고 죽을 때 들고 갈 수도 없다.
티베트 승려들은 그 의미를 만다라를 통해 다시금 떠올리는 것 같았다.
정말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받았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고,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종종 잊고 산다.
어쩌면 생각이 난다 한들, 애써 머릿속에서 지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없어진다 한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기도를 드린다. 그 사실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다.
경전 혹은 성경을 읽으며 그 사실을 한 번 다시 되짚는다.
만다라가 주는 메시지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결국 떠날 때 가져가는 것은 '열심히 살았다. 잘 살았다'라는 기분과 좋았던 추억의 순간들 뿐이다.
차 사고나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주마등처럼 내가 했던 것들, 하지 못했던 것들만 떠오른다.
아마도 '돈을 더 벌걸, 더 많이 가질 걸, 더 큰집에 살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 사랑할 걸, 더 자연과 많이 교감할 걸,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베풀 걸'을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만다라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삶'을 살라고, 그리고 '과정에 집중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과정에 몰입하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결과야 어떻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음 날 일어나서 또다시 과정을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문신을 하나 해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지체 없이 만다라 문양과
산스크리트어 '만다라'를 새기리라. 그리고 항상 생각하리라.
나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고, 그 지구를 떠날 때 추억 빼고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음을.
그래서 나는 오늘, 여기서 행복할 것이고, 많이 웃을 것이고, 많이 베풀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