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부는날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날은 신비로운 삶이 드러나는것만 같다.
며칠전에 고속도로에서 나의 애마 '로시난테'가 섰다. 일정에 늦을까봐 예전처럼 밟았다가 얼마안가 본넷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걸 보고 고속도로 갓길에 깜박이를 켜고 차를 세웠다. 본넷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당황스러움, 약속시간에 늦을지 모른다는 걱정, 그리고 예전에 동네주변에서 섰을때에 비해 수많은차들이 지나가며 아마도 신기하게보며 논평을 할것에 대한 약간의 창피함 등이 동시에 느껴졌다. 예전에 같은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대로 시동을 끄고 고속도로갓길에서 본넷을 열고 엔진열기를 식힌뒤 얼마간 엔진이 식은것 같다 생각되자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모든 문제의 해결매뉴얼 1번이다)
로시난테는 원래 명작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돈키호테의 비실비실한 애마 이름인데 애정이가고 비실비실한 점이 닮아서 차이름을 로시난테라 붙였다. 아쉽게도 이번 고속도로 본넷연기일을 겪으며 로시난테를 가을무렵까지 타다가 떠나보내기로 결정하였다. 그래도 나의 로시난테는 본넷에서 연기를 피운뒤에도 얼마뒤 다시 회복하여 약속된일정에 늦지않게 남은 70몇 킬로를 잘 달려 주었지만 아직도 한번씩 엑셀을 밟는 습관이 남아있는 주인과는 서로 삐걱거리며 맞지가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천정유리의 고무바킹이 낡아서인지 비올때 물이새는 문제나 차옆을 긁어서 테이프붙여둔것 정도는 그냥 넘어갔는데 속도와 시간문제에 이르자 드디어 떠나보낼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얼마전 여성지인 네명과 나까지 다섯이서 로시난테를 타고 나들이를 다녀올때 나의 로시난테는 '탱크'란 별명을 얻었다. 오르막에서 탱크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지인들의 애정을 듬뿍받았던 로시난테도 어느덧 생의 끝무렵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그렇게 그렇게 가시나요'
바람같은 삶을 살았던 로시난테, 바람부는날 떠날준비를 하다
밤에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삶에서 떠나가는 혹 이미 떠났거나 떠나게될 것들- 세상의 모든 이와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 아쉬움은 인생의 문제해결 매뉴얼로도 풀리지않는 삶의 본연의 아쉬움이라 해결할 방법은 요원하고 달래는 정도밖엔 할수있는게 없는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