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존재다.
홍수에 불어난 도도한 계곡물, 집들을 밀어버리는 쓰나미, 마을을 통채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산불같은 존재가 나, 우리다.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돈키호테의 갑옷을 입어야할지 모르겠을만큼 커다란 자존감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기기 싫다. 졌으면 좋겠다. 더 크게 실패했으면 좋겠다. 산행하다 곰이나 커다란 멧돼지를 만나서 팔같은데 살짝 물렸으면 좋겠다.(세게말고 살짝-)
전설의 독룡이 살고있는 어둠의 골짜기에 혼자서 들어가서 용의 거꾸로난 비늘을 뽑아버리고 달려보고 싶은것이다.
물을 한잔 마시며 봄이 다가와 이렇듯 일어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기로 한다.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이 있거든 이대로 말하리
한용운 <사랑>
깊은 봄 물을 들이키고 침착하기로 한다.
그저께는 강원도의 캠프에 또 갔다. 집을 나간 개는 여전히 안들어오고 있었다. 개집을 마당 끝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개집밑에 쥐가 둥지를 틀어놓은걸 발견했다. 나의 개는 외로움뿐 아니라 쥐로 인한 두려움까지 겹쳐 결국 떠난 것이었다.
개를 떠나게한 쥐가 살짝 미워져서 독룡을 무찌르듯 개집밑 땅굴에 있던 쥐집을 가스토치로 불태웠다. 쥐는 놀라서 어디론가 탈출했다. 개도 떠나고 쥐도 떠나고 오직 승리감에 도취되고 미움을 수그러뜨리는 나만이 흰눈과 바람을 맞고 서있었다.
봄이 오고있어서 오늘도 차를 한잔 마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