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 손님들이 다녀가셨다. 오래안 여성지인 일행으로 나에겐 VIP분들이었다.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은뒤로 이삼일에 걸쳐 캠프와 주변을 정리했다.
마당에서 눈을 최소 1톤정도 퍼냈다. 서울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말이 이해가 안갈것이다. 하지만 우리 강원도 원주민들에겐 겨울의 일상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부산 사나이의 강원도 이사일기'를 보면 강원도의 겨울이 어떠한지 어느정도 이해할수 있다.
눈삽으로 눈을 최소 1톤정도 치우고 근육통과 몸살이나서 거의 기절했다가 지인오기전에 방을 치워야해서 급기야 곧 일어나 7만원주고 아는 또다른 지인분께 등마사지를 받고왔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마사지 받다가 잠들어버려서 지인이 끝났다고 깨워줘서야 일어났다.
아무튼 마당으로 차가 들어오고 사람이 걸어다닐수 있을정도의 최소공간을 확보했다. 눈을 정리하고 나니 멀리 앞집의 개 옆쪽에서 얼마전 나의 캠프를 떠나 이주한 나의 이전개(Ex-dog)의 머리가 슬쩍보였다. 짖지는 않지만 옆의 개와 잘 놀고있는것 같아서 1초정도 어렴풋이 머리만 봤어도 반가웠다. 사실 앞집의 노인분은 그 개가 도데체 어디서 나타난건지, 저 앞집에 새로이사온 이상한? 젊은? 남자네서 탈출해온것 같긴한데 심증만 있고 확실한 증거는 없어서 에고 이 추운겨울에 어디서 온거니 주인이 먹을걸 제대로 안줬는지 홀쭉하고 학대받았는지 상태가 많이안좋구나 쯧쯧 저런저런 우쭈쭈하며 데리고 있으신것 같다.(*앞의 글들을 안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첨언하자면 이 개는 도로에서 처음만난 아마도 차에 치였다가 수의사의 수술도움으로 죽다살아난 개이다) 그리고 이 마음씨좋은 노인분은 혹시나 어디선가 개주인이 나타나 개를 다시 데려가 굶기고 학대할까봐 자기개 옆쪽 집 뒤쪽으로 안보이게 묶어놓으셨지만 예전에 반려견이 있었던 나는 앞집개가 하는 행동을 보며 옆에 나의? 탈출한 개가 있다는걸 알았다. 외로웠던 개가 옆의 무언가와 노는걸 본것이다. 안정적으로 자기자리를 찾아간걸 보며 속으로 흐뭇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디서살고 어디서 놀든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낼수 있으면 그걸로 된것이다.
눈을 치우고 나서 다음은 난방점검이었다. 기존 난로가 철물점에서 사와서 대충 놓고 장작을 때던거라 연기가 많이나서 부랴부랴 몇십만원쯤 내고 새 난로를 들여와 설치했다.
위 사진을 자세히보면 난로 옆쪽으로 작은 발자국들이 여러개 보이는데 그건 쥐의 발자국이다. 쥐와 공존은 어렵고 일단 쥐를 쫓기위해 중국산 쥐초음파 발생기를 설치했더니 쥐가 나의 캠프를 떠나 5미터앞쪽의 마당의 빈 개집밑으로 도망가며 남긴 발자국이다. 중국산 쥐 퇴치용 경보기는 사실 초음파만 내는게 아니라 옆에있는 사람이 놀랄정도로 큰 소리로 주기적인 경보를 울려 내가 쥐였어도 떠났을것이다.
난로를 설치한뒤엔 1박2일동안 캠프 내부를 청소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대충 던져놓은 장작을 정리하고 쥐가 갉아놓은 부스러기들을 청소기로 빨아들였다.
쓰레기와 페트병들을 버리기위해 시내로나가 마트를 들렸다. 쓰레기봉투는 샀지만 재활용품 봉투가 보이지않아 카운터직원분께 여기 재활용봉투가 안보이는데 페트병 어디에버리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젊은 여성직원분이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답변해주셨다. '이 사람은 분명 몇개월전부터 보이던 작자인데 그럼 지금까지 재활용품을 한번도 안버려본거냐? 너 그동안 우리마트올때 재활용품 들고와서 버려왔던거아님?' 직원분은 잠시 이런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페트병은 자루에담아 내놓는다고 얘기해주셨다. 구해온 쓰레기봉투와 자루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여 인근의 공동분리수거장에 실어다 버렸다.
하지만 집인일이라는게 해도해도 끝이없었다. 몇시간해서는 티도안나는걸보며 커다란 산을 넘는 기분이들었다. 지인이 오기직전까지 1박2일에 걸쳐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캠프정리와 청소를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것이다.
눈을 치우고 정리와 청소를 거의 마치고 드디어 VIP손님들이 내가 치운 눈길을 지나 오셨다. 서울에서오셔서 이렇게 많은눈을 보는게 신기해서였는지 도착해서 이것저것 궁금해하며 물어보고 신기해하며 안쓰는 집까지 들어가서 보고오셨다. 왜 집을 안쓰고 창고를 쓰는지 살짝 궁금해하긴 하셨지만 따뜻한 장작난로를 보며 어느정도 이해하셨을것이다. 안그래도 이 창고캠프에도 창틀을 두군데나 까마귀색으로 새까맣게 태워먹었는데 집안에 설치했으면 나중에 언젠가 집을 반환할때 새까맣게변한 천장과 벽에대해 여성지인에게 해명해야하는데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려한다면 그건 아마도 쉽지않을것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튼 나는 견고한 콘크리트 집보다는 겨울바람소리와 앞개울의 물흐르는 소리가 살짝살짝 들려오는 나의 창고캠프가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아무튼 손님들과 차를 우려마시며 이것저것 일상적인 차담을 했다. 망가진 국가경제라던가 아이들 키우는 얘기, 새로나온 핸드폰이 좋다는 얘기, 그외 내가 열성적으로 얘기한 개일본의 원전오염수방류로 인해 해산물을 식단에서 빼고 다른식품으로 대체해야한다는 얘기, 고급정보인데 사람들이 왜 귀담이듣고 실천안하는건지 모르겠다는 얘기 등등.
저녁무렵이 되어 너무 어두워지기전에 서울까지 가야해서 대화의 열기나 난로의 장작이 다 타오르기도전에 손님들은 몇시에 출발해야한다 말해둔뒤 시간이되어 출발하셨다. 냉정한 서울사람들.. 먹을것 등 간단한 선물을 주는걸 받고 마당아래 작은도로까지 배웅한뒤 헤어졌다.
처음 도시를 떠났을땐 그래도 손이 곱더니 이젠 거의 산골사람 다되어 손이 거칠어졌다는 지인의 말이 맴돌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모든건, 그리고 사람도 변화하는 것이다.
지인을 보내고 외출하고 오는길엔 강위에 백조들이 떠있었다. 해마다 겨울의 시작과 끝 무렵이면 보이는 새들이었다. 겨울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푸른강물 위의 흰 새들. 중고교과서에 실려야할, 온난화로 약해진 북극기류가 몰고온 입춘뒤의 이례적 한파를 끝으로 흰 철새들도 떠나가고, 개도 떠나고, 손님들도 떠나고 다시 오직 나만이 떠나간 손님들이 남기고간 휴게소에서 산 간식 한봉지와 함께 캠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