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대를 따라가기가 어렵고 이것저것 많이 뒤쳐진것 같다. 이렇게 뒤쳐졌을때 노력하되 그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한다.
뭐든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어느정도 즐기는 것이 필요한 것이 오늘은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아는 작가님께 책을 여러권 선물받았는데 대략 10권정도의 줄거리를 파악했다. 유명한 책들이지만 평소 책을 거의 안읽는 나는 10여권의 줄거리를 파악하는데 6개월정도 걸린것이다. 마음같아선 남은 20여권의 책들을 AI보고 '내용을 전부다 소리내서 읽어달라'고 말하고싶다. 도무지 책읽는데 진도가 안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너무 조급해하지말고 차분히 즐겨가면서 해야한다. 그래야 끝까지 가게되기 때문이다.
나의 심리는 1900년대초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던 상태, 혹은 625전쟁 전후의 이념대립으로 인한 전쟁비극상황, 혹은 1960년대~80년대쯤 한국이 개발도상국일때 초기자본주의와 산업화시대의 그늘 어디쯤 머물고있다. 올해가 2025년이니까 대략 120년~50년정도 심리가 뒤쳐져있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사회와 현대라는 시대가 심리적으로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 것이다.
얼마전 내가 혼자 헤메면서 노는 국립공원의 비탐방로 구간에서 조난사고가 발생했다. 저녁에 주차장 부근을 서성이다가 소방, 경찰, 군, 관 합동수사대 캠프가 차려진걸 보고 상황설명 브리핑자리 객석에 앉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것 같았지만(그건 당연하다 난 산에서 노는동안 사람을 마주친일이 거의없으므로) 사실 난 그 산의 전문가였다. 브리핑하는 소방서장님 자리의 경찰관님들 국립공원직원들 심지어는 구조에 참여한 구조견들보다 그곳은 내가 더 잘아는 구역이었다. 개들이 1500미터이상되는 그 산의 정상에 처음오기만해도 지쳐서 숨을 헐떡거리며 체력의 칠할쯤은 써버리고 구조여력은 거의 남아있지않지만 난 예전에 반려견에게 옮은 후각, 체력, 체온 등 여러면에서 볼때 적어도 그 산에서는 살아있는 인간개라고 볼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개를 따라가긴 어렵다. 나의 예전반려견은 세계기록을 가진 육상선수보다 훨씬더 빨리 뛸수있었다. 인간이 개의 후각을 따라갈수는 없다. 단지, 보통의 인간들에 비한다면 인간보다 개에 좀더 가까운 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관계자분이 이것저것 설명하시는데 끼어들어 거긴 절대 아니라고 거기도 아니라고 말하고 혼자서 열심히 반론을 제기하며 핸드폰신호가 사라진 구역에서 드론.개.인간을통한 수색구역을 좁히기를 추천했다.
길을 잘못들어 조난당하신분은 다행히 며칠뒤 스스로 길을 찾아 하산하여 구조가 종료되었는데 헤메인 루트가 브리핑자리에서 내가 제시했던 구역안에 있는걸 보고 다소 만족했지만 실시간 위치예상에는 실패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략 1일정도 예상이 뒤쳐진 거였는데 이번에 조난되신분은 생각보다 산을 잘 알고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인 조난자 이상으로 위기상황에서 침착했고 결국 구조에 참여한 인원들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오신 것이었다. 사람은 동물의 일종이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해했어야하는데 그부분에서 판단이 뒤쳐졌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이동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점을 몰랐던게 나의 놀이터구역안에서조차 정보가 하루이상 뒤쳐진 원인이었다.
이어서..
중간에 나도 수색에 합류했다. 나에게 팀으로 움직여달라 요청이왔지만 나는 연락은 하겠지만 움직이는건 따로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난 추정구역에 개와 드론을 배치해달라 주문했다. 개를 만나면 한번 깨물어주고 싶어서 개를 요청한건 아니고 개들의 뛰어난 청각과 후각, 탐색능력을 알고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혹 산에서 개와 마주친다면 한번 안아주고 깨물어주고 싶었다. 이런 귀요미들이 나의 영역에 들어오다니 하며. 산에서 마주친 낯선사람이 자기를 깨물려고 다가온다면 셰퍼드 구조견이 물리거나 물리고나서 가만히있진 않을것 같다는 생각, 즐거운 상상을 하며 조난된 사람이든 개든 만났으면하고 산속의 밀림구역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마주치지 못했다. 저녁이 다가와 하산하여 탐색구역을 변경하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 다시 산행을 하고있는데 조난자가 스스로 하산하여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연락이 왔다.
사진으로만 얼핏본 연세가 있으신 그분은 어쩌면 나처럼 산에서 헤메임을 즐긴것이 아니셨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비록 길을잃고 조난당했지만 인생이란 것이 어차피 어디서와서 어디로가는지도 모른채 갈을 잃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길을 잃은 상황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산에서 길을 잃은것 정도야 나름 즐기셨던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들며 나와 나이 등 모든게 다르지만 또 비슷한면이 있는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예전에 눈보라속을 헤메던 러시아 사모님을 만났을때처럼 혼자 속으로 반가웠다.
결국 귀여운 개를 깨물기는 커녕(깨물었다면 셰퍼드가 가만있을리 없었겠고 팔에 이빨자국 남았을지 모르지만) 마주치치도 못했다. 나와 비슷한 면이 있으신 길을잃고 뒤쳐진 조난자분도 보지못했다. 그리고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저분도 수백명의 인원을 동원시키는 무리를 하면서까지 저렇게 길을잃고 헤메임을 즐기고가셨는데 나도 비록 100년이나 50년쯤 뒤쳐지긴했어도 과연 오늘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는것인가?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실때처럼 삶의 쓴맛을 차분히 음미하며 뒤쳐짐, 길을잃고 헤메임, 때로는 후진도 즐기고 있는것인가?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만나지못한 그분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남겨놓고 가신것이었다. 다음에 아는 개를 만나면 너는 오늘을 즐기고 있는지 개껌을 하나 주고나서 물어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