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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고양이밥

by 까마귀의발

그저께 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마당이 예전과 다르게 어딘가 번잡한 느낌이들었고 바람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동물같은게 뒹굴었는지 부직포같은게 찢어져 있었다. 이상한건 보통 몇시간안에 어디선가 나타나 문앞에앉아 인사하고는 하던 회색고양이를 비롯 들냥이들이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사료통에 새로 사료를 넣고 하루가 지났는데 새들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저녁이되니 기러기들도 떼지어 날아갔지만 들냥이들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다들 어디간거지 궁금해하던중 하루쯤지난 어제 저녁이 되어서 마당에 커다란 흰개가 들어온걸 보며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흰색 진돗개나 풍산개 수컷정도 되는것 같았는데 들개거나 아니면 마을에서 줄을 풀고 돌아다니는 개였고 고양이같은 동물들을 사냥하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귀여워서 가까이에서 보려고(그러다 아마도 쓰다듬어보려고) 다가가니 유유히 다시 담장구멍으로 나가 사라졌다.


아마도 한마리쯤 고양이가 사냥당한것 같다. 찢어진 부직포들은 격투의 흔적들인것 같았다. 한달에 사료한포대 3만5천원정도 들어가던 고양이밥 주는일이 끝난것 같다. 며칠이 지나도 더이상 들냥이들은 한마리도 오지 않았다. 개를 혼낼수도 없었다.

예전에는 키우던 개가 새끼오소리나 너구리같은 동물을 사냥해오면 심하게 혼내고 때리기도 했다. 개는 혼나고나서 기가 팍 죽어서 하지만 본능은 어쩔수없어서 풀려났을때 사냥을 했는데 내가 보게되면 자기가 사냥해온 동물을 시치미를 뚝떼고 모른척했다. 심증은 있지만 죽은 동물도 말못하고 개도 모른척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의해 증거가없으니 무죄라는걸 아는 것이었다. 그럴땐 나도 말없이 넘어갔다. 보기엔 귀엽지만 사실은 타고난 사냥개였다는걸 알았을땐 이미 반려견이 된뒤라서 어쩔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마치 만나서 사귀기전엔 몰랐지만 하룻밤 같이 술마시고 모텔에서 섹스하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상대편 등에 용문신이 있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아무튼 사료를 먹지않은 흰 들개의 등장으로 들냥이들은 더이상 나의 마당을 찾지않고 나의 고양이밥 주는 일은 끝이났다.


아마존에선 두발가락 나무늘보와 아마존강 분홍돌고래들이 정부의 개발허가로인한 밀림숲 파괴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한다. 세상의 변화속도가 이렇듯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어렵다.


잘가라 들냥이들아 회색고양이도 안녕-

*후기

그래도 마당을 찾아주었던 고양이들에게 미안했다. 개는 귀엽긴했지만 아무튼 개구멍을 막고 혹시 모를 들냥이 손님들을 위하여 사료는 통에 부운채로 그대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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