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근무중인 U작가님의 질의에 대한 답
U작가님의 질의에 대한 저의 검찰에대한 미움의 개인적인 이유와 관련하여 답변을 적어봅니다.
먼저 짧게 말씀드렸듯 검찰을 미워하는데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선과 악, 그리고 그 중간의 평범한 다수의 구성원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검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검찰 폐지법안이 통과된 사회적 동기들, 가령 검찰의 소수의 정치검사들과 관련자들이 저질렀던 권력남용과 여러 비리들, 그로인한 사회적 폐해가 제가 검찰을 미워하고 개혁하기위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회법사위.청와대.국회청원등을 이용하여왔던 이유였습니다.
다음으로 검찰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으로 검사를 만난건 스무살 대학입학 전이었습니다. 서초동 대검찰청이 집에서 얼마 멀지않았고 대학(예비대학생포함)생들끼리 단체로 견학을 갔는데 대검 인사과 검사가 나와서 저희 학생들을 접견했습니다.
몇층이었는지 엘리베이터타고 올라가서 회의실인가 브리핑실같은데서 검사분이 짧게 대검을 소개한뒤 제가 질문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대 입학전 OT생 ㅇㅇㅇ입니다. 먼저 옛날 선비들은 관직임용과정에서 사서삼경을 필독서로 읽어야했는데 검사들은 자격요건에 그런 제도가 있나요?
그리고 조선시대는 황희.맹사성 같은 청백리가 종종 있었다는데 요새 검사님들 중에도 그런 청백리로 알려진 사람이 있으면 이름을 알려주세요"
검사에 선비 사자가 들어가고 선비는 전통적으로 인.의.예.지의 인격을 갖추는 것이 (임용후 개인적인 변질과 일탈 이전의) 기본덕목이었고 그걸 가르치는 인성교육 교재라 할수있는 논어.맹자 등이 필독서로 있었기에 요새도 검사 임관전에 그런 교육제도가 있는지 물어봤던거구요. 사람이란게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특히나 돈과 권력을 맛보면 타락해가기 쉬운 존재라 그런 인성교육이 실제로 꽃핀 사례가 있는지도 실효성을 확인하려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이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으로서 충분히 할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당시 저는 고딩때 2년간 인문서적을 읽어온 학생이어서 논어나 소크라테스 등에 깊이 매료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돌아온 그 검사분의 답변은 그런제도는 없다, 자긴 나같은 학생을 좋아한다 는 등의 부실한 답변이었고 저는 그때 '저 아저씨 대답이 성의가 없다'정도만 생각하고 사실 실망도 안했습니다. 검찰에대해 전혀몰랐고 기대도 안했으니까요. 대신'아 이 조직은 별볼일 없는 조직이고 나중에 망하거나 큰문제가 생기겠구나' 대략 그렇게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인성교육제도가 없는 집단에 권력의 칼이 쥐어진다면 부패하고 타락하고 결국 망할거라는걸 당시 보았던 인문서적들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만약 제가 처음 만난 검찰청 관계자가 그때 그 검사님이 아닌 U작가님이셨더라면 검찰에 대한 저의 인식이나 고정관념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작가님 같은분을 좋아합니다.^^
(20여년전 그 검사분과의 대화가 오버랩됩니다^^)
작가님의 글을 여러개 읽었습니다. 그결과 알게된건 작가님은 아실지 모르지만 U작가님은 검찰청안에서도 매우 특이하고 독특한 분이란 것입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해 쓰신것을 보았는데 그렇게 나름의 사상과 스스로의 내부 기준을 가진사람은 검찰청에도 그리 많지 않고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고 뉴스와 기사를 통해서도 수없이 확인된 사실입니다.
다행인지, U작가님의 직책이 높아져서 어느날 윗선들의 비리와 마주치고 싸움을 시작하시기 전에 검찰은 1년안에 사라지고 작가님은 아마 새로운 중수청으로 가시게 되셨습니다.
아무튼 저는 운이 안좋았던건지 작가님같은분은 보지못했기에 검찰의 첫인상이 그당시 제 기준으로 보기에 미흡했고 검찰에 대한 이후 저의 인식은 뉴스에 나오는 노무현 논두렁시계 사건, 간첩조작사건 등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비리부패집단, 사상이 결여된 타락한 정치집단 정도로 편향되어 흘렀던것 같습니다. 최근에 너무 그렇게 조직안의 소수의 악인들만보고 안좋은쪽으로만 일반화시켜 욕을 하는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고 글을 쓰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고 얼마전까지도 검찰을 개검이라 부르며 공격해 왔습니다.
아무튼 학생때의 그 짧은 만남 이후로 검사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없었고 두번째 기억은
윤석열씨가 검찰총장일 당시 '법무부장관의 정당한 지시에 항명하는 윤석열총장을 탄핵시키는 법안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진정서를 국회법사위로 보냈고 얼마뒤 안건으로 상정되었다는 답장을 받았지만 그 뒤로 실패한 사건입니다.
저는 비록 많이 부족하고 이곳 브런치에 올린 스스로의 비리행위들보다 아마 아직 올리지않은 혹은 잠깐 올렸다가 지워버린 비리들이 더 많은 부족하고 오점이 많이묻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내부기준이 있고 학생때 가졌던 사상의 배경이 인의예지의 덕목을 갖춘 유교나 인디언.불교.소크라테스 등이어서 그 흔적은 아마도 처음담배피다 맞은 경험처럼 오래이어질것 같은 사람이라서 권력과 돈이나 인맥은 있지만 자기의 내부 사상이 없는 사람 그리고 그로인해 행이 망가진 자는 별로 안쳐주는 편이라 총장이든 뭐든 신고.또는 징계 탄핵건의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중학생때 이미 경찰을 경찰청에 신고한 적이있습니다. (집근처에서 불심검문 당했다고 불심검문한 경찰을 경찰청에 신고) 투철한 신고정신때문에 윤석열씨의 비리를 보았을때 그당시 공수처가 아직 안생겼을때라 어디 신고할데가 없어 입법부인 국회법사위 문을 두드렸던 거구요.
그 이후엔 검사출신 의원분을 너무 똑부러지고 시원하게 윤석열사단 검사들을 공격하길래 몇번 만나자고 초대한적은 있지만 팬인것같디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의원신분으로 만나줄 여유가 없는지 문자만 오고 직접보지는 못했습니다.
음...쓰다보니 좀 길어졌지만 검찰에 소속된 분께 이런질문을 받으니
스무살때의 저와 제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검사분이 저에게 했던 말을 작가님께 다시 전할수 있어 뭔가 복수?를 한것 같아 후련한 느낌이 들구요.^---^
스무살때의 저를 떠올리며 열심히 써보았는데 답변이 좀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걸 보면 작가님도 학자타입이신게 분명하구요. 작가님은 분명 더 많은 발전이 예상됩니다. 답변이 되셨을지요? 더 궁금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답글주시면 또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예전 그 검사님께 느꼈던 '불성실함'이 저에게서 느껴지지 않도록 좀더 자세히 답변하느라 답변이 늦어진점 양해바랍니다
*공개질문이라 공개답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