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꿈을 꾸었다. 처음보는 유기견들하고 들판같은데서 놀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개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말이 한마리 나타났다. 호기심에 근처로 다가가자 말도 나에게 와서 길다란 갈기를 보여주며 바로앞에 섰다. 말꿈이었다. 나는 모든 꿈과 모든 미신을 믿는편이므로 깨어나서부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늘 말띠인 사람 누가 나에게 오려는걸까?
어떤 말인지 그날 마주치는 사람들중 말처럼 생긴사람을 찾다보니 사람들이 전부다 말띠로 의심되기 시작했다. 자세히보니 다들 어딘가 말하고 비슷한면이 있는 것이다. 눈도 두개, 코도 있고 입도 있다.
며칠이 지난 오늘쯤 생각해보니 꿈에 나타났던 말로 추측되는 사람은 두 사람이다. 한명은 사업가였다. 내가 초청했지만 그날 바빠서 10분밖에 못만났다.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할말은 다했다. 이 사업은 의미가 있는 멋진 사업이다. 하지만 넌 어설프다. 이래가지고는 승산이 없다. 그 자료 다시 분석해서 보고서 만들어서 거기 다시 찾아가서 뚫어라. 안그러면 어렵다. (그리고 너가 데려온 여직원 그렇게 들이밀기 식으로 영업하면 I형인 사람들은 절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신호보내는 거니 I와 E형 차이법 연구차 연애좀 시켜라-다음에 또오면 말해주려하고 생각만 함) 그래 너 예쁘고 웃는것도 예쁜데 지금 웃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보고서 써서 다시와라.
크리스마스날 찾아와서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여성사업가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지만 내용은 위처럼 절대 부드럽지 않아서 가는길에 파란차 안에서 울었을지 모른다. 그 뒤로 답이 없었다. 나중에 다른사람에게 물어보니 이 여사장님이 말띠였다.
다른 말띠로 의심되는 사람은 그저께쯤 점심에 주차장에서 마주친 개를 데리고온 여성분이었다. 요크셔테리아로보이는 작은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것 같아서 아주 짧게 인사했다. 개도 귀여워서 한번 만져보거나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얼마전처럼 개에게 물리거나 주인이 별로 안좋아할것 같아서 점잖게 살짝 미소만 짓고 내갈길로 떠나왔다. 그런데 불과 몇분이 채 지나지않아 아까 그 여성분이 타고온 차가 내옆을 지나가는게 보였다(내리는걸 봐서 차를 기억). 개 출입금지구역이라고 누군가 태클을 건 것이 분명했다. 기분좋았다가 씁쓸하게 단 2~3분만에 산책을 마쳐야했을 개와 여성분의 심정이 느껴지며 안타까웠다.
한국은 왜 이렇게 사람들이 속이 좁은건지 왜이렇게 안되는게 많은건지 모르겠다. 미국같은데만 해도 대형마트에도 큰개도 자유롭게 들어와서 그 부드럽고 늠름한 털을 지나가는 쇼팽객이 만져볼수 있게 해주고 뉴욕같은데는 개를 두세마리씩 데리고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 런던만해도 사람들이 거리 왕실근처에서도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 한국은 여기가 시골깡촌에 실내도 아니고 주변이 공원처럼생긴 실외공간인데 이런곳에서조차 왜 반려견하고 놀수 없는건지 이해가 안된다. 이러니까 맨날 후진국이고 지방 시골인것이다.
개뿐 아니라 사람들이 말도 데려와서 산책시키고 양이나 소나 염소 오리 닭 애완뱀 도마뱀 애완용 초대형슈퍼거미같은것까지 다 데려와서 산책시킬수 있는날이 언젠가 오길바란다. 아무튼 그 개와함께 나타나서 짧게 마주쳤던 여성분이 말띠였을수도 있다.
개꿈과 말꿈이 이렇게 지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