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다녀왔다. 삼다수로 유명한 제주의 삼다는 '바람, 돌, 여자'라고 한다. 2박3일로 짧게 다녀왔지만 제주도에 위의 세가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은 이해못지않게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이해와 느낌은 새의 양 날개와 같아서 어느한쪽이 과하거나 부족하면 생활은 흔들리기 마련이라 스스로의 두 가지가 적절히 균형을 맞추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먼저 바람이 느껴졌다. 비행기타고 가는날 창가자리에 앉았다고 구름을 보며 좋아하기도 잠시, 약하지않은 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1미터 전후의 진폭으로 비행기가 수십분은 떨린것 같아서 슬쩍슬쩍 바이킹놀이기구 탈때의 느낌이나며 비행기라는게 사고의 위험이 없지 않다는걸 느꼈다. 스튜어디스들이 비행기 출발할때 출구와 구명조끼착용법, 산소마스크 안내등을 아주 친절하게 사람들앞에서 교육시켜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 스튜어디스 직업도 목숨걸고 하는 직업이란 생각이들며 스튜디어스들이 더 예뻐보였다. 바람과 여자가 여행시작부터 느껴진 것이다.(이것도 일종의 느낌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스튜어디스들이 목숨걸고 일하는 3D업종인것 같고 나에게도 친절히 해주셨으니 기념품 하나를 내리기직전 주고 내렸는데 작은 선물받으며 환하게 웃는모습을 보니 너무나 귀엽고 예뻤다)
그 다음으로 느낀건 내가 좋아하는 돌이다. 난 원래 예약없이 가서 산아래 모텔이나 민박같은데서 자고 산에 가려했는데 지인이 내 호텔을 예약해놔서 이번엔 호텔에서 잤다. 호텔 앞쪽을 구멍뚤인 돌로 조경해놓은 호텔이었다. 혼자쓰는데 침대가 두개가 있었다. 침대 하나는 더블침대인걸 보며 이런곳은 여자친구에게 '방 두개'라 하고 여행와서 '잘못들었나보네 방이 아니라 침대가 두개였어' 말하며 달랜뒤 '대신 넓은 침대 내가 양보할께' 하며 선심을 쓰듯 넘어가는 그런방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영화보다 새벽 두시반에 잠들어서 7시반에 프론터로가서 택시 요청을 하니 5분만에 택시가 왔다.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한라산 등반을 시작하는데 초입부터 마음에 드는 화산석 돌이 보였다. 3~5킬로 정도되는 돌들을 몇개 배낭에 넣다보니 배낭무게가 10킬로정도 늘어났다. '이제는 금 덩어리 아니면 안주워야지' 결심했지만 올라가다보니 또다른 귀여운 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3밖에 안올라왔는데 벌써 힘들기 시작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바나나우유, 물 등 액체로된 것부터 모조리 먹기 시작했지만 1,500m정도 올라갔을땐 배낭이 더 무거워졌는데 중간에 다른 예쁜 돌들을 두어개 더 주워넣었기 때문이다. 책과 옷, 물과식량 등 원래 배낭무게 10킬로에 돌무게 15킬로정도가 더해져서 25킬로정도 군장 무게가 되었다. 20대때 군대에서 행군할때 맸던 군장이나 텐트지고 히말라야갈때 멨던 배낭이 오랜만에 생각났다. 정상인 백록담까지 올라가는 동안 제주의 사랑스런 돌의 무게를 느낄수 있었다.
백록담엔 정상부근에 까마귀들이 놀고있었다. 정상에 가니 까마귀들한테 먹이 주지말라고 경고방송까지 하고있었지만 내가 까마귀들에게 먹이를 준건 경고방송을 듣기 직전이었다. 치즈나 사과를 까마귀가 먹이삼키듯, 게눈 감추듯 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한라산에 간다면 정상에서 까마귀한테 먹이주지말라는 안내방송 듣기전에 먹이를 주면된다. 까마귀들도 그걸 알고 정상가기 100미터전쯤 앞에서 등산객들 눈에 보이는 곳에서 그 영롱한 눈을 깜박이며 점잖게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을 봐야지만 지나가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영리한 녀석들-
백록담엔 그 전날쯤 비가왔는지 물이 고여있고 노루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백록이라더니 왜 흰사슴이 없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만한데가 없어서 아쉬웠다. 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고 갈색이라 황갈색 사슴들만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사슴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기념사진찍으려 줄서있거나 쉬고 점심먹거나 하였고 나처럼 사슴하고 물구경하며 몇십분씩 서있는 사람은 안보였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오는길에 지인이 호텔까지 예약해준 생각이나서 지인에게 선물할 돌을 몇개 더 주워서 왔다. 내려오는데 다리가 떨리는것 같았다. 난 성판악에서 버스타고 숙소로 찾아가려 했는데 지인이 저녁에 시간이 난다며 또다른 지인을 시켜 픽업해줘서 내려오자마자 배낭 무게를 줄일수 있었다. 저녁식사자리에 지인을 포함해 3명이 있었는데 3명에게 나의 사랑스런 한라산 구멍화산석을 7-8개쯤, 총 5킬로정도 선물했기 때문이다. 배낭무게가 5킬로나 줄어든 한결 가벼워진 배낭을 들고 저녁식사후 숙소로가서 대충만 씻고 잠을 잤다.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한라산의 푸릇푸릇한 고요함이 들어온것 같아 좋았지만 돌들을 메고 오느라 숙소에 도착하니 전날처럼 영화를 본다거나 다른걸 할만한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라산에 주목들이 지난 6개월정도 내가 안본사이에 너무 많이 고사해있는걸 보며 저녁식사때 들은 지인의 이번겨울에 안추웠다는 말을 참조, AI를 통해 정보를 검색한뒤 원인을 파악한뒤 잤다. 푸르렀던 한라의 주목들이 너무 많이 죽어있는것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제주의 강수량이 평년의 40프로대에 그칠정도로 적었고 기온은 높은 '따뜻하고 건조한 눈이 얼마없는 한라산 겨울'이라 주목나무들이 물도 제대로 못마시며 쉬지 못해 고사한 것이었다. 오늘 한라산에서 몇번 사람들안보이는 구간에서 나무들에게 오줌을 누고 온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 법이란건 반쯤만 지키는게 낫다. 국립공원법도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진 못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일부 주목같은 나무들이 고사해가는 상황에서 톱을 가져가서 국립공원의 나무 가지들을 잘라주고 곳곳에 오줌도 놓고해야한다. 한명이 등반하는 동안 오줌을 2번 전후로만 놓겠지만 하루 탐방객 50명씩 한달이면 1500명이 오줌 2번씩 놓으면 3천리터정도의 수분을 나무들에게 줄수있고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100그루쯤은 더 살아날 것이다. 다음에 제주에가면 제주시장님이나 도의원님이나 국립공원소장님같은분들 보고 만나서 이런 제안을 해보고 올까 생각하였다.(등산객이 만나자했다고 배낭메고 찾아가면 비서실에서 커트안하고 만나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며칠이 지났는데 몸이 아직도 안풀린다.
아침이되어 나가야할 시간이 와서 이만 적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