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라게 한 물음들
대학 시절, 유난히 궁금한 회사가 있었다. 당시 광고계를 씹어먹던 글로벌 광고회사였는데, 계열사 광고를 얻어 만드는 대기업 에이전시와 달리, 독립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택했다.
멋졌다. 어딘가 기댈 언덕 없이, 혼자만의 길을 간다는 게. 모두가 광고주에게 쩔쩔매는 지극히 당연한 광고회사의 풍경이,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아 보였다. 당당해 보였다. 어떤 순간에도 자존을 밑바닥까지 내려놓진 않는 듯 보였다.
또 하나의 특징. 지금도 그렇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임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광고인과 광고 지망생은 물론, 수많은 직장인과 대중들이 사랑하는 책이 되곤 했다. 완벽해 보였다. 마치 광고인의 완성체처럼 보였다. 광고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경지처럼.
그 회사에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나도 짧은 인연이 있다. 지금도 여전한 대학생 프로그램에, 한 학기 정도 참여했기 때문이다. 경쟁이 꽤 치열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내가 가장 놀랐던 순간은, 서류전형에 이은 필기시험 때였다.
질문이 달랐다. 생각나는 것만 잠깐 돌아보면,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새로운 과목을 만들고, 서문과 목차를 작성하시오'. '소금이 물에 녹는 과정을 소금의 입장에서 기술하시오'. '가장 소중한 사랑을, 가장 상투적인 언어로 표현하시오'. '나쁜 그림 혹은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시오'. 등등.
오늘 아침 나는, '질문'을 생각한다. 그때 그 시절의 깨어있는 질문들을. 비록 답을 쓰긴 어려웠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회사라면, 나도 일하고 싶다 생각했다. 다행히 혹은 불행히 나는 그 난해한 질문을 뚫고, 운 좋게도 카피라이터 포지션으로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카피라이터로 살고 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