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교감

특별할 것 없지만 특별한

by 포동이

며칠 전 택시를 불러 탄 적이 있다. 은발의 장발이 인상적인 기사님. 때마침 93.1을 듣고 계셔서, 참 느낌 있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때마침 폴리니와 쇼팽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 소리가 좀 작아서 부탁드렸다. "기사님, 볼륨 조금만 높여주실 수 있나요?" 기사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움직이셨다.


"클래식이 운전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니까..." 짧은 말씀을 남기시고, 목적지까지 조용히 데려다주셨다.


내리기 전, 한 말씀 더하셨다. "제가 택시 운전 3년 동안 매일 클래식을 들었는데, 볼륨 높여달라고 한 분은 처음입니다." 기분이 급 좋아졌다. 물론 클래식을 자주 듣지 않아 부끄러웠지만, 두 사람의 감성이 통한 것 같아서.


끝으로 기사님은 '교감'이란 단어도 언급하셨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교감이라는 게 그리 특별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몇 달 전엔 우연히 어느 모임에 간 적이 있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모임이었는데, 어찌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심지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해주는... 처음 느끼는 따스함이 있는 곳이었다.


또 몇 주 전엔, 눈물을 와르르 쏟아낸 적이 있다. 그리 친하지 않은 누군가 앞에서. 속이 후련하기도 했고, 많이 부끄럽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가 내 얘기를 빠짐없이 들어주었다는 거. 그래서 또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거.


다시, 택시 기사님으로 돌아가자면, 공감과 교감. 기사님은 특별할 것 없는 거라 말씀하셨지만, 나는 그게 얼마나 특별한지 안다. 그 특별함의 조건은 바로, '인간에 대한 관심'임을 재차 확인한다.


세상은 늘 빠르고, 우리는 늘 바쁘지만,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서로를 관심 있게 바라볼 때, 비로소 공감이 가능해지고,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공감과 교감은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


나를 알아주는 이들로부터 큰 힘을 얻는 요즘. 나 또한 누군가를 알아주고 싶다. 천천히 걷더라도, 느리게 가더라도, 내 곁의 마음들을, 마음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 공감할 줄 알고, 교감할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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