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웃음

내가 웃는 이유는

by 포동이

어제는 모처럼 촬영장에 다녀왔다. 내 차로 우리 팀 카피라이터 분과 둘이. 떠들었다. 요즘 얘기, 옛날 얘기, 일 얘기, 사는 얘기, 먹는 얘기, 노는 얘기...... 한 시간 남짓, 별별 얘길 다 나눴다.


주제를 막론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비록 일로 만난 사이에다, 일을 하러 가는 길이지만, 내가 실없는 농담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어딜 가든 웃으며 가면 여행이고, 울며 가면 불행이다.


너무 야무지게 떠든 나머지, 갈림길에서 길을 놓칠 뻔도 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을 발휘해 제 갈 길을 찾았다. 이때 유니꼰 씨 같은 꼰대 발언을 해버렸다.


"길을 잘못 들거나, 잃어버리면, 당황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냥 웃으면서 돌아가요. 지난 건 지난 거고, 조금 천천히 갈 뿐이지, 다 갈 수 있거든요."


그렇다. 언제부턴가 나는 삶의 모든 문제들을 '웃음'으로 마주해왔다. 웃음이 건강의 비결이라서는 아니고, 어느 순간부터는 문제 앞에서 정색을 하고 인상을 쓴다고 해서, 결코 잘 풀리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최근엔 내 상식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타인의 강요를, 100% 강제적인 형태로 맞닥뜨린 일이 있었다.


물론 맞설 때까진 맞서 봤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인지한 순간 내가 무얼 했느냐.


웃었다. 그냥 "하하하 허허허!" 순순히 따랐다. 그 후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파란만장한 일들이 펼쳐졌는데... 인생에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는 믿음 아래, 내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내 나름대로 합리화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 나는, 웃음을 생각한다. 웃음. 주위를 둘러보면 이것 참 귀하다. 바빠서, 나빠서, 아파서, 통 웃지 않는 세상. 그런데, 나도 바쁘고, 나도 나쁜 면이 있고, 나도 아플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웃는다. 그리고 나의 웃음 뒤엔, 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꽤 치밀한 전략과 계획과 대안이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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