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긍정

너무나도 갖고 싶은 한 가지

by 포동이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전시를 봤다. 작품 한 점마다 설렘을 느낀 시간이었다. 작품의 제목과 소개, 작가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단어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light', 'breath', 'golden', 'study'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처음엔 한 장의 사진처럼 사실적인 작품에 놀랐고, 그다음엔 조그마한 습작과 똑같이 생긴 커다란 작품에 놀랐다. 마지막엔 작업을 하는 작가의 방식과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그리는 줄로만 알았던 작가가 실은, 없는 것을 그렸기 때문.


커튼을 휴대하며 작업을 하기도 하는 작가는, 실재하는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되, 현실과는 다른 현실, 공간과는 다른 공간을 재구성했고, 재창조했다. 자신이 선택한 공간 안에, 없던 커튼을 매달았고, 없던 나무를 잉태했고, 없던 파도를 일으켰다.


사진으로 남긴 위의 작품은 비교적 최근작으로,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 100% 창조된 세상이다. 이러한 작가의 궤적들을 둘러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유독 많이 했다. 작가로서 성공해서가 아니라, 긍정의 힘이 느껴져서다.


긍정의 화가. 미술을 잘 모르는 내겐, 앨리스 달튼 브라운이 그런 작가로 다가왔다. 눈에 보이는 현실 사이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상상하고 그려낼 줄 아는 사람이니까. 한편,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현실에 갇히는 사람이다.


부정의 인간. 고백하자면 나는 그렇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 영혼을 차지하는 절대다수의 조각들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누군가는 현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심지어 현실에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 에세이에서 썼던가. 인간의 상상보다 아름다운 현실은 없다고. 나 역시 언젠가는 긍정적인 상상에 빠져들 수 있을까. 언젠가는 긍정의 기운과 긍정의 시선을 가질 수 있을까. 평온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그림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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