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정의>
상대편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
<언어프로듀서의 재정의>
나와 타인을 존중하기 위한 표현법
거절하면 미안한 감정부터 떠오르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다. 웬만하면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쪽이 따뜻한 정문화에 어울린다고 여겨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마음. 이런 정서 속에서 거절은 단순한 의사 표현이 아니라, 정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그래서 거절은 관계를 끊는 행위처럼 오해되어 왔다.
거절이 어려운 사회,
거절이 어려운 사람,
거절이 어려운 개인.
하지만 거절하지 않아서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보다, 거절하지 못해서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친구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자고 제안해 왔다. 주중에 회사 일로 에너지를 거의 소진한 상태였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과 글쓰기 계획이 겹쳐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단칼에 거절하자니 친구가 상처받을 것 같았다. 미적미적 답변을 미루는 사이, 친구는 답이 없다는 것을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였고 다음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 결국 주말을 하루 앞두고 못 가겠다고 말했고, 약속이 성사된 줄 알고 시간을 비워두었던 친구는 서운해했다. 나는 괜히 미안함과 죄책감만 떠안게 되었다.
이럴 때는 차라리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편이 낫다. 친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렇다. 나는 내 시간에 대한 선택권을 주체적으로 지키며 나답게 살 힘을 얻고, 친구는 불필요한 기대와 기다림으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명확한 의사 전달은 오해와 서운함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거절은 나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나와 타인 모두를 존중하기 위한 표현이다.
거절이 마음의 거리가 아니다.
거절은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