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내 맘대로 음악 결산

내가 재밌었던 거 내 맘대로 정리하기!

by wordsfromulsan

벌써 2025년도 마무리 지을 시기다. 올해도 참 많은 음악을 들었고, 덕분에 감탄했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매년 이 맘때 즈음이면 한 해 동안 즐겼던 음악들을 결산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마침 브런치에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된 김에 올해는 정말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흘러가는 문화일 수 있지만 내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취미 생활 중 하나였고 정신 건강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문화이기에 그 감사함을 이런 식으로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럼 음악을 창작하는 모든 이에게 이 글을 바치며 써내려가겠다.

순위에 대한 글은 아니고 그저 내게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나열하며 단상을 작성하는 만큼 가볍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각자의 감상은 누구나 다를 수 있음을 견지해주길 바란다.

[국내 힙합]

1. Lil Moshpit X Sik-K [K-FLIP+]
https://youtu.be/7mjg-7ibaQA?si=S2jYY8KKEM_paPe8
Lil Moshpit X Sik-K - LOV3 feat Bryan Chase & Okasian
(Original Sample from "Love Love Love" Epik High)

첫번째로 꼽은 앨범은 그루비룸의 휘민의 또 다른 자아인 릴 모쉬핏과 식케이가 함께 만들어낸 [K-FLIP+] 이다.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가 돌풍을 일으킨 장르인 레이지와 한국 대중음악을 블렌딩해 만들어낸 걸작으로 처음 들었을 당시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겐 귀 아프고 시끄러운 장르일 지언정 내겐 도파민으로 샤워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릴 모쉬핏은 샘플링을 기반으로 본인의 신디사이저를 가감없이 활용해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뛰놀 수 있게 만들어줬고 식케이는 누구보다 그 비트를 잘 소화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며 갈수록 도파민을 자극하는 음악을 향해가는 씬(Scene)에 누구보다 대중적으로 자극적인 사운드를 선사한 앨범이 아닐까 싶었다.

2. Effie [E] &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https://youtu.be/L5qY3ABaDKc?si=jibDt00x4Y6_hKAb
Effie - put my hoodie on
https://youtu.be/jcITjh1f1uI?si=qHzYWYRe4oKpgYkn
Effie - CAN I SIP 담배

올해 최고의 발견은 아마 에피가 아니었을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내게 그녀는 그저그런 멜로디컬한 랩을 하는 여성 아티스트 정도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프로듀서 킴제이(kimj)를 만나며 환골탈태했다. 하이퍼팝이라는 장르가 부상함에 따라 그녀 또한 과감하고 거친 믹싱의 사운드를 바닥에 깔아 놓고는 그 위에 그녀가 어릴적 들었던 케이팝을 얹었다. 그런 탓에 그녀는 본인의 장르를 "언더그라운드 케이팝"이라 칭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한국에서 언더그라운드로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겠다." 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하듯 올해 두번째 앨범인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를 뉴욕 타임즈 올해의 베스트 앨범 1위에 올렸고, 해외 유명 평론지인 피치포크(Pitchfork)에서 7.6점*이라는 고득점을 받아내기도 했다. 여전히 그녀의 오토튠 활용과 과하게 자유분방한 보컬 믹싱, 가사 등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마치 게임 내 퀘스트를 해결하듯 증명해나가는 발걸음은 작은 체구의 거인처럼 보이게 했고 "MAKGEOLLI BANGER"의 가사 중 "내년에는 코첼라"라는 예언은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10점 만점에 7.6점으로 이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이다. 아래는 피치포크에서 평론한 몇 안되는 한국 앨범들 중 일부이다.
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 8.0
NewJeans [Get Up] : 7.6
XXX [Language] : 7.3

3. EK [YAHO]
https://youtu.be/fyBiUYmIMzM?si=twLrYHwakdUkiuX0
EK - MollyWorld feat GV

이케이는 비록 파티 크루인 MBA(Most Badass Asian)의 소속이지만 개인작은 다소 진지하고 내가 알던 힙합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래퍼로서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올해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나타났다. EDM과 하이퍼팝이 섞인 고자극 댄스 음악에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가사들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눈치 안볼래. 재미있게 놀래." 라는 가사가 해당 앨범의 컨셉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 또한 그저 눈치 안보고 재미있게 듣긴 했다. 정말 재밌게만 들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앨범의 후반부에 숨겨진 쓸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재밌고 본능적으로 놀고는 있지만 그 뒤에 몰려오는 쓸쓸함과 허무함이 어쩌면 진정한 앨범의 주제가 아닐까 싶었다.

4. 염따 [살아숨셔4]
https://youtu.be/sRniNg46s7E?si=llXbmhjUlODJ_nPb
염따 - ㄷ.R.E.A.M

플렉스 문화와 수많은 밈들을 탄생시키며 광대처럼 취급받던 염따는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불명확한 심사 기준에 대한 비판과 일부 아티스트들을 다른 회사로부터 몰래 빼왔다는 일명 "템퍼링" 논란으로 몇년간 나락에서 지냈다. (물론 나는 이게 정말 나락갈 일인가 싶긴 했지만) 그 사이 염따는 그동안 본인이 음악이 아닌 다른 것들에 취했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본인의 근본인 음악으로 돌아오자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운드 위에 얹어진 진정성이 내게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흔 둘의 나이에 부모님을 향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 곡들, 음악을 그만 둔 절친한 형을 향한 아쉬운 마음, 인기를 누렸지만 그럴수록 사람을 향한 의심이 커지는 본인을 향한 혐오 등 극도로 솔직한 가사들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돌이켜볼 수 있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5. 호미들 [CHAPTER III]
https://youtu.be/srEtWmU1EMY?si=3PEB5DohGDdqibrz
호미들 - 완공

호미들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고 일명 한국의 게토(Ghetto)에 살지 않는다. 더 이상 사이렌의 가사는 그들의 삶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미지 쇄신을 꾀해야 했고 마침내 다시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태할 수 있었다. 사실 시대에 남을 걸작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정 부분 무난한 구간도 있었다. 하지만 일상에 있어서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신나지 않는 그저 가볍게 어깨를 흔들 수 있는 정도의 음악을 듣고 싶으면 언제나 이 앨범을 찾게 되었다. 무난함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찾게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6. 최엘비 [her.]
https://youtu.be/k7VDwXrFsVw?si=mPHACSYhP96YuIWC
최엘비 - 킹오브인프피

한국에서 찌질한 감성의 스토리텔링을 최엘비보다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유기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기가 막힌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했던 비와이와 씨잼의 성공을 보며 열등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2021년 [독립음악]을 내기 전까진. 그러나 해당 앨범은 소위 대박이 터졌다. 그렇게 그는 돈을 벌었고 사랑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상처도 받았고 그래서 앨범을 완성할 이야기거리도 생긴 듯 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앨범의 유기성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그런가. 무슨 얘길 하고싶은 진 알겠으나 다소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나쁘진 않은데. 더 좋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크다.

7.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Invasion(Deluxe)]
https://youtu.be/kqC5R90Zl6s?si=ow9LC5gdAQ8t5K6H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 HARARI FLOW feat GGM Kimbo

이름부터 컨셉의 끝판왕이다. 어느 누가 저리 긴 문장을 활동명으로서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가 내놓은 첫 정규 앨범은 제목과 구성도 컨셉츄얼하다. 일반 버젼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일부 곡들이 추가된 버젼을 뜻하는 "Deluxe"가 붙어있기도 하고 앨범 중간에 앨범의 마지막을 뜻하는 "Outro"가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들은 곡들에도 녹아있다. "사피엔스도 아닌데 구타를 유발 하라리" 같은 가사들은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앨범의 구성에 있다. 앨범의 초반부에 힘을 잔뜩 줘서 이런 유머와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후반부의 곡들도 신남에도 불구하고 다소 감흥이 덜해진다. 안타깝지만 일부 곡들만 골라서 듣게 되었다.

8. G2 X UGP [Human Tree]
https://youtu.be/dC5CyiDX9So?si=JBRbI4W0EKPjWE8P
G2 X UGP - Get Money feat Mike B & Jaeyoung

한국 래퍼에게 쇼미더머니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내 가치를 한껏 띄워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지만 잘못쓰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어버린다. 지투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매 라운드 마다 가사를 잊어 일명 "치매래퍼"가 되어버린 그는 어떤 앨범을 내든 그런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인지 그는 본인이 태어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커리어 전반으로 함께했던 프로듀서 유지피와 합작 앨범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재즈풍의 편안한 바이브 속에서 그는 유영하듯 랩을 뱉는데 이게 굉장히 편안하게 들린다. 누군가 하는 일이 쉬워보이면 그 사람이 엄청난 장인이라던데 지투에게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9. Don Malik X DeVita [사랑은 노래와도 같이 : Love is a Song]
https://youtu.be/YwvUOetD_ww?si=5tvAkPD13QOdqZEk
Don Malik X DeVita - 오 와우

둘의 합작 앨범이라니. 굉장히 의외였다. 접점이 없어보였을 뿐더러 앨범 발매 전 마치 실제로 썸을 타는 듯한 프로모션은 던말릭은 물론이고 스스로 양성애자라며 커밍아웃한 드비타에게서도 예상할 수 없었던 행보였다. 그런 그들이 합작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나는 자연스레 어쿠스틱한 악기들을 활용한 재즈 힙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것 또한 보기좋게 빗나갔다. 808 드럼 기반의 트랩곡들이 많았고 적어도 내 기준에선 본인들이 가진 기술적 화려함을 드러내는 곡들도 많았다. 그래서 재밌었다. 뻔한 사랑 노래나 예상 범주 내에 있는 재즈풍의 힙합 곡들이 즐비한 앨범이었다면 금방 넘겼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흥미롭게 들었고 그 안에 편안함도 챙겼기에 굉장히 만족스럽게 들었다. 날이 추워진 요즘에 더욱 잘 어울리는 앨범이니 특히 추천한다.

10. Potty Monkey [Stairs]
https://youtu.be/pkK3NLenhZk?si=NoDcIRDPm0ozH0tN
Potty Monkey - 남자니까

최홍철. 적어도 내가 알기론 과거 신태일과 같이 막장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힙합을 한다고 했을 때도 나는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저 유머스럽게 몇 번 하다 말거라는 생각으로 그를 바라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는 힙합에 진심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냈고 이번 앨범은 특히 더욱 그랬다. 트랩 비트 위에서 그가 타는 박자라던지, 시적인 가사 만큼이나 주목받는 유머스러운 가사라던지 여러 구석에서 그가 힙합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은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쓰는 표현들이 음지의 그것들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편견을 바꿔준 그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됐다.

[R&B]

1. BIBI [EVE : ROMANCE]
https://youtu.be/aIZuClBZy9I?si=RTuPkeMcJ61QxRxJ
BIBI - Real Man

밤양갱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고 해당 곡이 앨범에 수록된다고 했을 때와 앨범의 주제가 로맨스라고 했을 때 나는 모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밝은 사랑노래가 잔뜩 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의 곡들이 많으면 내 취향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음악과는 상관 없을 수 있지만 연기로도 인정받은 만큼 그녀는 대중적인 인기에 더욱 집중하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기분좋게 빗나갔다. 물론 밝고 귀여운 곡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꽤 묵직하고 진한 분위기에 섹슈얼한 은유들을 잔뜩 담은 앨범이 나왔기 때문이다. 너무 좋았다. 직관적으로 너무 좋았다. 사실 데뷔 초부터 비비의 팬이었지만 앨범은 아쉽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이 앨범은 그녀가 뛰어난 음악가임을 공고히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중가수가 다루기 힘들만큼 성적인의 사랑에 기반한 표현들을 발칙하고 재치있게 풀어내면서 곡마다 다른 분위기에 맞게 보컬을 활용하는 그녀는 자신의 중심이 음악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2. shinjihang [NONG]
https://youtu.be/PsoOGbkKgZw?si=eLhdL-p6Z1FEJ9ja
shinjihang - BREATHE feat Fisherman

스윙스가 이끄는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처음 접한 신지항은 내게 아무런 데이터가 없었다. 다만 랩을 너무 잘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인상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래퍼로서 활동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알앤비 앨범으로 데뷔 할 것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노래할 때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심지어 앨범의 모든 곡에 작사, 작곡, 편곡,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믹스와 마스터까지 모두 스스로 해냈다. 말도 안돼. 곡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전위적인 모양새인데 이게 어설프지 않다. 그래서 화려한 편곡들 사이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의 탄생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심지어 알앤비뿐만 아니라 랩도 잘하는데 다음엔 어떤 걸 가져올 지 기대를 안할 수 없다.

3. 윤다혜 [개미의 왕]
https://youtu.be/_vPxnBbB73g?si=ei-Hbb9YAVGjg3Cx
윤다혜 - 신 시티(Sin City)

알앤비가 리듬앤블루스인 만큼 리듬에 가장 집중한 앨범처럼 느껴졌다. 앨범 초반부에 쉴새없이 달리는 빠른 리듬에서도, 중반부의 미디엄 템포에서도, 후반부의 락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리듬을 자유롭게 녹여냈다. 사실 주제부터 독특한 제목(ex. 그녀는 손가락 금붕어)에서 보이다시피 가사에도 재미있고 창의적인 의미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것까지 챙겨 듣지는 못했다. 아마 들으면 들을수록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만 같은데 그저 사운드만 청취한 것같아 아쉽다. 아마 날 잡고 한번 더 제대로 듣지 않을까 싶다.

4. Dijon [Baby]
https://youtu.be/jTuAgBRFR2Q?si=66OjKqhSZZuO36eu
Dijon - my man

장르의 범주를 떠나서 가히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게는 후술할 제인 리무버(Jane Remover)의 앨범과 호각을 다툰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알앤비만의 펑키한 사운드를 제 멋대로 정립한 디존은 아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성을 선보였다. 마치 프린스(Prince)의 유전자가 담겨있는 듯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거나 단순하게 계승한 것 또한 아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마치 돌연변이가 태어난 장면을 목격한 듯했고 수많은 알앤비 아티스트들이 이로 인해 벽을 느꼈을 듯하다. "어쿠스틱하며 펑키하고 올드스쿨하지만 신선하고 세련됐다." 라는 장황한 미사여구가 어울리는 앨범이라면 이해가 될까. 당신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던 이 앨범은 반드시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 앨범은 단순히 올해의 명반이 아닌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영원한 명반이 될 것이다.

[K-POP 및 기타 장르]

1. NMIXX [Blue Valentine]
https://youtu.be/m77BT9Rwt3E?si=tqqYcAT1NoSgatve
NMIXX - Reality Hurts

단언한다. 올해 최고의 케이팝 앨범이다. 그동안 엔믹스는 믹스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립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왔다.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섞는다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겐 낯설었고 그렇기에 오글거린다거나 노래가 이상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혹자는 그룹 명에도 명시된 "믹스(MIXX)"를 버려야 성공할 것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엔믹스는 가장 일반적인 대중들을 향해야 했을 것이기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Fe304 : FORWARD]를 통해 각성한 뒤 본 앨범을 통해 마침내 믹스팝이라는 장르를 정립했다. 그들은 팝그룹으로서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젠 곡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도, 심지어는 팔리지 않을 법한 장르라 할 지라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2번트랙부터 시작되는 초반부의 곡들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실험적임에도 그들은 망설임없이 뛰어든다. 타이틀곡인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처럼 말도 안되게 템포가 변하는 곡이 이제는 정체성이 되었다. 케이팝 그룹으로서 가장 레드 오션이었던 분야를 개척한 그들이기에 다음 행보가 더더욱 기대된다.

2. JENNIE [Ruby]
https://youtu.be/cXmYNmQ4BuM?si=eeGjn8bpyJguqqek
JENNIE - ZEN

블랙핑크로서 대한민국 최정상의 성과를 거둔 그녀는 이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룹의 성공도 있었지만 이는 YG식의 곡 구성이 뻔하다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달라야 했으므로 앨범 전체적인 기획부터 스스로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녀는 셀링 포인트를 해외로 향하되 본인이 한국인임을 포함한 스스로의 정체성도 잊지 않기로 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가사가 영어지만 그 안에 한국을 담았다. 동시에 "like JENNIE"나 "ExtraL" 같은 신나는 곡도 담지만 스스로 느끼는 쓸쓸함과 사랑의 아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동시에 본인이 벌어들인 자본과 명성을 음악에 다시 돌려주기로 마음먹고 두아 리파(Dua Lipa),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 도이치(Doechii)와 같은 거대한 규모의 아티스트들을 섭외한다. 케이팝 곡에서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의 시그니쳐 사운드가 나오는 것은 낯선 경험이었다. 편한 길이 뻔히 보였을텐데 그녀는 여전히 그녀의 음악을 잊지 않았다.

3. The Deep [KPOP B!TCH]
https://youtu.be/DRHijedvbi0?si=f-aSvVtqKSiGHGxi
The Deep - KPOP B!TCH

에피(Effie)와 같은 크루인 마이 언니즈(my unnies) 소속이다. 그 안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본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2010년대로 돌아가서 가져왔다. 그 시절 걸그룹들(ex. 2NE1, f(x), 4Minute 등)에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녀는 그 시절 음악들에 EDM을 섞었다. 뮤직비디오의 컨셉부터 음악까지 그 때 유행했던 케이팝들이 잔뜩 들리지만 컨닝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과한 오토튠과 쉴새없이 변하는 그녀의 보컬 톤에 후렴에 사용되는 자극적인 사운드들은 이것이 왜 그녀만의 창의성인지 각인시켜줬다. 동시에 작사법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향해 그녀가 그 시절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승하고 팠는지도 알게 해줬다.

4. Sion [eigensinn]
https://youtu.be/4xW127hpdbc?si=LLS5kg7D8HiEkah3
Sion - avoid2

분명 알앤비, 소울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다. 분명 그랬는데. 너무 뜬금없이 바꼈다. 하이퍼팝, 슈게이징, 덥스텝, 힙합 등등 수많은 장르를 갑자기 잔뜩 섞어왔다. 심지어 이 장르들을 너무도 깔끔하게 정돈시켜놨다. 또한 시온하면 먼저 떠오르는 중저음의 중후한 보컬이 그의 주무기였다면 그 자체가 없는 트랙도 있고 있어도 오토튠을 활용해 음가를 잔뜩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마리오 카트나 소닉에 나올법한 음악도 꽤 많이 담겨있다. 예고도 없이 변해버린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 완성도가 뛰어나 놀라웠다. 이전엔 동료 아티스트였던 마미손(Mommy Son)이나 지올팍(Zior Park)의 조언에 따라 음악을 했다면 이제는 정말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 나서겠다는 그의 포부가 잔뜩 담긴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5. kimj [KOREAN AMERICAN]
https://youtu.be/ecX8_qu0kz8?si=KZ8sE3EIod3sdK53
kimj - Krazy with a K cuz like... #KOREAN

한국에선 에피의 프로듀서이자 크루 마이 언니즈(my unnies)를 함께하는 동료, 해외에선 투홀리스(2hollis)와 네이트 십(Nate Sib)의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가 발매한 첫번째 정규 앨범. 그는 재미교포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동시에 덥스텝 장르에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긴 스크릴렉스(Skrillex)의 전성기가 자신의 뿌리였나 보다. 그렇게 그는 첫번째 정규 앨범을 하이퍼팝이 아닌 덥스텝으로 정한다. 빌드업 후 드랍되는 비트는 몸을 들썩이는 데 주저할 수 없게 만들어주며 꽤 많은 부분 삽입된 한국어는 이게 한국 앨범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 또한 싸이월드 시절 도토리를 지불해 스크릴렉스(Skrillex)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해뒀는데 그 시절이 떠올라 너무 반갑고 즐거운 앨범이었다.


[해외 힙합]

1. Clipse [Let God Sort Em Out]
https://youtu.be/URlPXepBZdo?si=2rjwGjlB_fkdyLvN
Clipse - So Be It

랩 그 자체에 집중했고 그것이 가진 가치의 끝을 보여줬다. 그냥 랩을 미친 사람처럼 잘했다. 푸샤 티(Pusha T)와 맬리스(Malice)라는 친형제로 이루어진 그룹인 클립스는 활발했던 2000년대를 지나 굉장히 오랜만에 복귀했다. 동생인 푸샤 티는 꾸준히 솔로 커리어를 쌓으며 어느 덧 랩에 있어서는 한 명의 장인으로서 자리잡았고 형인 맬리스는 클립스의 활동을 마무리 한 뒤 목사로서 신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다 올해 갑자기 형의 마음이 바뀌었는지 오랫동안 기다렸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그리곤 그간 참아왔던 랩을 마치 무당이 작두타듯 화려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그 판을 깔아준 클립스의 아버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그는 힙합의 전형에 충실하면서도 마일드한 본인만의 특색을 잘 녹여냈다.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변해가는 힙합 음악들 사이에서도 아직 근본을 잊지 않은 앨범의 탄생이라 큰 가치가 있었다.

P.S
그럼에도 불구하고 "So Far Ahead"에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퍼렐 윌리엄스의 보컬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2. Jane Remover [REVENGESEEKERZ]
https://youtu.be/QgyW9qjgIf4?si=E5-KDyk7sf5xPKyF
Jane Remover - Dancing with your eyes closed

디존의 앨범도 너무나 좋았지만 제인 리무버의 해당 작품은 올해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앨범인만큼 2025년 내 최애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이 앨범의 장르는 보통 다리아코어(Dariacore) 혹은 디지코어(Digicore) 라고 부르는 듯 한데 정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이러한 장르는 제인 리무버가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뿐더러 탄생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제인 리무버는 정체성으로 부터오는 혼란, 차별로 부터 받은 외로움과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해방감 등을 음악에 녹여냈다. 얼핏 들으면 정신없고 시끄러울 그녀의 비트와 랩과 보컬, 괴성을 오가는 목소리가 난무하는 음악들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쓸쓸함은 되려 그것들이 슬픈 감정으로 이끌어준다.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꽤나 날카롭고 잔혹한 그녀의 음악이기에 청취에 주의하길 바란다.


3. 2hollis [star]
https://youtu.be/ulPq2FXiONE?si=ALx_b7FbLotQUYG2
2hollis - tell me

향유하는 음악 자체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다른 앨범들에 비해선 많이 신나는 편이지만 투홀리스 개인의 작품들에 비해선 다소 차분해진 것 같다. 그래서 가볍게 듣기에 편해지긴 했지만 반대로 앨범 전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곡들이 많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과 같이 일상 중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비지엠(BGM)처럼 틀어놓기엔 좋다보니 생각보단 자주 들었다. 만약 투홀리스의 음악에 관심이 생긴다면 해당 앨범보단 [boy]나 [2]를 더욱 추천한다.

4. Awich [Okinawan Wuman]
https://youtu.be/sJFvQjKfxqg?si=uU-fXwgvxYnfAzVe
Awich - Hold It Down feat Westside Gunn

일본에서 활동하는 싱글맘 래퍼다.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애틀랜타를 오가며 자랐다. 그 사이 그녀는 애틀랜타의 흑인 남성을 사랑했고 그와 함께 아이도 임신했지만 그는 총격으로 인해 사망한다. 그렇게 일본에서 혼혈의 딸을 키우는 에이위치는 본인이 정말 사랑하는 힙합 음악을 하기로 한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빈곤율이 높은 오키나와에서 자라 남자친구까지 잃었던 그녀는 성공에 목말랐다. 해외 경험도 있는 만큼 범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것도 꿈꿨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스스로의 목표에 꽤 많이 가까워졌다. 해당 앨범의 프로듀서가 그러하다. 힙합을 좋아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주축 프로듀서였던 르자(RZA)가 총괄로 참여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정통적인 붐뱁의 사운드는 에이위치의 묵직한 랩과 만나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동시에 도움을 준 래퍼들 또한 해당 장르에서 누구보다 신나게 소화할 수 있는 Joey Bada$$, A$AP Ferg, Westside Gunn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한다. 아시아에서 탄생한 월드와이드 힙합 앨범이라는 데서도 큰 가치가 있는 앨범이었다. 다만 앨범의 후반부에 일부 삽입된 트랩 곡들은 다소 아쉬웠다. 그냥 하나로 쭉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5. Plaboi Carti [MUSIC]
https://youtu.be/VcRc2DHHhoM?si=P5oXx0LeBWLditGb
Playboi Carti - EVIL J0RDAN

전 세계를 레이지 장르로 물들이고, 래퍼가 랩을 안해도 되도록 만들고, 사탄을 숭배하게 만든 플레이보이 카티는 이 시대의 새로운 랩스타일 것이다. 하지만 [Playboi Carti], [Die Lit], [Whole Lotta Red] 등의 앨범들을 거치며 그는 레이지로만 밀고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 듯 하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과거 애틀랜타에서 향유했던 음악으로 돌아갔다. 옷부터 농구 져지에 듀렉을 뒤집어 쓰고는 통 큰 바지도 다시 꺼내입었다. 그리고 음악도 그 시기를 쫓아가려 했다. 문제는 쫓아만 갔다. 앨범이 다시는 못들을 망작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겠지만 불필요한 것같은 곡들이 너무 많았다. 30곡이나 되는 큰 볼륨의 앨범이라면 그 만큼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유기성과 텐션이 중요해지는 데 그걸 놓쳤다. 그저 긴 시간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기분이었다. 나 또한 그의 엄청난 팬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많은 곡들을 쳐낸 나만의 버젼으로 듣게 되었다. 앨범 발매 주기가 짧지 않기에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에 그 동안 들을 게 필요한데...그 중에 일부가 이 앨범이라는 게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