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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만 믿으면 망한다

데이터는 거들 뿐,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데이터 기술이 세상을 집어 삼키고 있다. 빅데이터,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키워드는 다양하지만 출발점은 전부 같다. 전부 데이터다.


기업들도 데이터 중심 경영을 표방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다양한 데이터를 꼼꼼하게 살핀다. 밖으로는 고객에 관해 온갖 데이터를 수집하며 매출을 증대시킬 가능성을 탐색한다. 안으로는 생산, 물류, 구매 등 회사 내 주요 인프라를 디지털화 하여 자동화 및 비용절감 기회를 찾아낸다. 마치 데이터 분석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발견한 것처럼, 경영진들은 모든 의사 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만 믿으면 망한다. 왜 망할까?


첫째로, 세상에 데이터가 너무 많다.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 포인트가 진짜 중요한 자료인지 확실하지 않다. 사업에 100% 확실한 결정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어느 정도의 리스크 테이킹은 불가피한데, 더 많은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면 마치 리스크가 줄어드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렇게 온갖 데이터를 다 챙겨보고 있다 보면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골든 타임을 지나치게 된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응급처치를 하기는 커녕 엑스레이, MRI, CT만 잔뜩 찍어서 100% 확실할 때까지 원인 분석하고 있는 격이다.


둘째로, 데이터의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다. 최종보고서에 들어가 있는 데이터는 깔끔하다. 하지만 그 보고서를 만들어진 과정을 생각해보자. 어떤 원출처로부터 날 것의 자료를 수집해서 (Raw data), 말이 되고 눈에 보기 예쁜 형태로 정리 (Pre-processing)한 것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면 그 데이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한 번은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고객사를 상대로 재고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특정 상품군의 재고 수량이 예상보다 너무 높았다. 글로벌 데이터라서 단위 수가 너무 크다보니 확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계속 석연치 않게 느껴져서 제대로 조사해보기로 했다. 원 데이터까지 살펴보던 도중, 특정 날짜에 수량과 금액이 바뀌어 입력된 것을 발견했다. 가령 부품 4개에 160만원인 경우, 수량에는 4라고 써야 하는데 실수로 수량을 1,600,000으로 기재한 것이다. 이런 엉망인 데이터를 믿고 의사결정을 내렸을 상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셋째로, 데이터만 보면 그 숫자 이면의 사람을 놓치게 된다. 공장 가동률이 얼마인지, 일인당 생산성은 얼마나 되는지 숫자만 보면 쉽고 명확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회사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당신의 엑셀에 숫자 1로 나타나는 그 직원은 사실 어느 집안의 아버지, 어머니이다. 수치화가 가능한 일부분만 보고 부정확한 가정에 근거하여 판단을 그르치면 억울한 사람 눈에는 피눈물이 흐를 수 있다. 정량적인 데이터는 항상 정성적인 인사이트로 보완해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경영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인맥이나 감에 의존해서 사업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데이터는 '참고'해야 할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만 맹신해도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다면, AI가 더 잘할 것이다. 경영진에게 그 비싼 연봉을 줄 이유도 없을 것이다. 결국 숫자로 나타나더라도 그 데이터를 생산해낸 주체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데이터는 거들 뿐,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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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orkadvice.biz/post/00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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