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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05. 2017

당신의 외모는 안녕하십니까?

"솔직히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잘 알잖아?"


올해 초등학생이 된 둘째 놈이 유치원을 다닐 때 놀라운 변화를 겪은 적이 있다. 7.8살(7살 8월)까지 한글 공부에 흥미도 없고, 자기 이름 석자도 컨디션이 좋을 때나 끄적거렸다. 그런데 9월에 다른 유치원으로 옮긴 후부터 내가 출근할 때 일어나 받아쓰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100점을 받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그리고 한자(漢字)의 존재도 몰랐던 놈이 갑자기 7급 한자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떼를 썼다.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아내 曰) "선생님이 정말 예뻐!"였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유?라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게 받아쓰기는 수시로 100점을 맞았고, 불과 3개월 만에 한자 7급 자격증을 땄다.


'그동안 엄마 뻘 이상의 큰 이모 같은 선생님들과 지내다 새롭게 만난 예쁜 선생님이 아들에게 큰 동기 부여를 했구나'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아내는 아들의 변화를 보며 "어쩜 애나 아빠나 똑같냐"라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지만, '쓴웃음'속에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의 묵직함'이 담겨 있음이 느껴졌다.


한 설문조사에서 '성공하는 데 외모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루키즘(lookism,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용어)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고, 설문 결과를 대변하듯 취업준비생들은 면접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형을 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튀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받고, 보다 노련한 말솜씨를 뽐내기 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닌다. 이렇듯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가 경쟁력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반드시 잘생기고 예쁜 외모만을 선호할까? 조각 '장동건'을 두고 느끼하거나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하고, 미남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유재석'에게 호감을 보이기도 한다. 아마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편안함과 포근한 인상을 주는 사람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인상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바로 '호감과 비호감'이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7초의 법칙'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할 때 7초 만에 호감 또는 비호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때 결정된 이미지가 비호감이었다면, 이를 호감으로 바꾸는데 48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초두효과(Primacy Effect)는 처음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습득하는 정보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다트머스대 심리·뇌 과학자인 폴 왈렌(Paul J. Whale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뇌의 편도체는 0.017초라는 짧은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신뢰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찰나 같은 순간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만남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초두효과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 첫인상을 형성하고 나면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비호감이야'라는 판단을 내리고 나면 상대방에 대해 더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첫인상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첫인상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더라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평소 긍정적인 생활 태도나 사교적인 성격 등으로도 충분히 호감형이 될 수 있다. 매너 있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얻는데 유리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매너 좋은 직원이 유연한 업무처리 능력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화 습관'으로도 호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몸짓, 시선, 표정 등이 대화에서 많은 걸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BS 뉴스에서 '호감도를 높이는 6가지 대화법'에 대한 실험을 했다. 호감도를 높이는 6가지 대화법 중 직장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3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라'이다. 하버드대 다이애나 태미르(Diana Tamir) 교수 연구팀은 뇌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뇌에서 돈이나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과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는 것을 밝혀냈다.
두 번째는 '조언을 구하라'이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행동이다. 와튼 대학교 아담 그랜트(Adam Gran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세일즈맨이 물건을 팔기 위해 혼자 애쓸 경우엔 판매율이 8%였고,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을 때 42%의 성공률을 달성했다.
세 번째는 '질문법을 활용해라'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2단계 질문법을 제안했다. 먼저 일과 삶에 대한 전반적인 안부를 묻고, 그다음 상대방의 대답에서 나온 긍정적인 내용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보는 것이다. 상대방은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동시에 상대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외모가 중요한 시대이지만, 외모가 다가 아닌 시대이기도 하다. 외모를 바꿀 수 없다면 대화 습관을 통해 내면에서 배어나는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내면 된다. 잘 가꾸어진 대화 습관은 타인에게 호감을 주는 좋은 방법이다. 기본적인 대화법을 익힌다면 각기 다른 대상과 상황 속에서도 마치 수학 공식처럼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 래리 킹, 유재석의 대화 습관을 엿보는 것도 대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들놈 유치원 선생님을 실제로 만나게 됐다. 외모보다는 공손하면서도 밝은 말투와 싹싹함 그리고 빈틈이 있는 것 같지만 왠지 모를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 호감이 갔다.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학부모의 말에도 항상 귀를 기울여 엄마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싹싹하게 챙기는 선생님의 따듯한 마음이 아들에게도 똑같이 전해졌던 것 같다. 아들놈뿐만 아니라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 졸업식 날 아이들이 대성통곡하는 (유치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좋은 대화는 껄끄러운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대를 코 앞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얼마 전에 누군가를 만나 깨달은 사실이다.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명심해야 할 것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식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어린이집 CCTV가 뉴스를 통해 공개돼 듯, 언젠가는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아들놈 선생님처럼 가식을 내려놓고 진실로 무장하는 것.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을 분출하는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 매력은 곧 호감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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