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을 읽은 70대의 독후감
얼마 전 내 이름으로 된 책이 한 권 나왔다. 소설가를 꿈꾸시던 아버지의 책은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들의 책이 태어나는 순간, 일흔 넘은 어머니의 눈에서 빛이 흘렀다.
어머니께서는 서점을 직접 찾아 당신과 상관없는 ‘직장인 자기계발서’를 구매해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계신다. 젊은 시절 공무원으로 일하시기도 하셨지만, 40여 년도 넘는 빛바랜 세월은 2017년을 살고 있는 아들 세대의 직장생활을 이해하기에 무리이기도 할텐데… 어머니는 어느새 처녀 시절로 돌아가 꾸역꾸역 직장인이었던 당신의 상황에 내 책의 내용을 끼워 맞추고 계신다.
"어쩜 직장인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알 수 있니? 너무 재미있다. 정말 공감 간다"라는 카톡을 수시로 보내신다.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 친구분들께 직접 책을 선물하고, 홍보까지 해주신다. (사실 홍보라기보다는 아들 자랑이 하고 싶으신 거겠지) 1943년, 1944년도에 출생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사회 초년생을 위해 쓴 내 책은 아무 의미도, 필요도 없을 터인데 말이다.
며칠 전 어머니께 메일 한 통이 왔다. 친구분께서 보내주신 메일이었다.
제목: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하기(독후감)
과두시사(蝌蚪時事)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생각 못한다>는 뜻이다. 마치 자신에겐 올챙이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초년생이 지금까지의 환경과 전혀 다른 '회사'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려면 먼저 갖추어야 할 자세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실적으로 서술한 작가의 용기와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몸에 밴 성격이나 행동(버릇)은 사회에 나와서도 고치기가 어렵다. 이런 습관을 타성(惰性)이라고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습관을 고치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데 젊은 세대들에겐 이런 것들이 부족한 듯하다.
그래서 작가는 오죽하면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을 쓸 정도가 되었을까?
세상은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가정(假定)에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의 목표를 관철하고 제1인자가 되기 위해선 무수한 난관과 피나는 인내를 수반해야 한다.
저자가 직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결로 첫째,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버티기 둘째,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인간관계 셋째, 반복되는 좌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용기를 꼽고 있다. 저자는 불과 십여 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이러한 명제를 체득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나의 경우 40여 년의 조직생활을 반추해 볼 때 자신 있게 이런 명제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다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부터 다독거림이 조직생활을 한결같이 지탱해주었을 따름이다.
이제 이 책을 통해 조직살이의 노하우를 알고 있는 저자로서 절차탁마(切磋琢磨) 기본 원리대로 생활한다면 저자의 앞날에 서광이 비출 것을 확신한다. 좋은 책 보내주신 김준희 씨에게 감사한다.
일흔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 친구분께서 내 책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짧지 않은 '독후감' 까지 친히 보내주셨다. 새파란 새내기 직장인의 마음을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신 직장생활 40년 대선배의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어떤 후기보다 의미 있고 아름다운 글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