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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30. 2019

알면서도 놓치는 내 시간, 내 인생

'부족하기 때문에 긴장되고 설레는 삶'


정년을 2년여 앞둔 언론사 국장님을 만났습니다. 딱딱한 일 얘기보다 인생 얘기를 더 많이 나눴어요. 세월이 너무 빨리 흘렀다는 얘기, 40대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 인생 대선배의 사무치는 푸념이자 조언이었습니다.


  40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 가슴에 아련하게 깔렸습니다. 40대 가장으로서 현재의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갈지, 무언가에 도전할지 늘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에 따라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인생 노선을 확실하게 정하고 달려야 합니다. 그래야 좀 더 자신의 삶이 명확해 지겠죠. 직장인으로 시작해 직장인으로 막을 내릴지, 또 다른 무언가로 변신해 새로운 인생을 살지 결정해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너무 현실에만 안주하면 다른 걸 둘러보지 못한 채 세월은 흘러갑니다. 입사 시 마음가짐은 '딱 10년만 채우고 사업을 하는 거야'였습니다. 10년이 이렇게 금세 지나갈지 정말 몰랐어요.  


  "우리 아들이 은행원인데,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학원에 다니거든. 요리한다고 회사 때려치운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거야. 인생 한 번이고, 금방 가거든."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라!'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그동안은 살짝 스치고 사라지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듣던 말과는 다르게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인생을 충분히 살아온 사회생활 선배이자 인생 대선배의 말에서,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인생 2막을 꿈꿀 것입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100세 시대이니까요. 막연한 이상이자, 선배, 동료, 후배들의 고민이기도 하죠. 늘 뾰족한 답을 구하지도 못한 채 5년만, 10년만… 이라는 푸념을 공허함에 채워 넣곤 하는. 이 모든 근심과 걱정은 대부분 '아빠'나 '가장'이라는 두 글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버겁습니다. 단지 두 음절일 뿐인데 무게감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지요. 어깨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많은 것들이 올라타 있으니까요. "회사에 희망퇴직 공고문 붙었어. 10년 이상부터 대상인데, 고민중이야"라는 친구의 말에 마음이 휘청이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인생이 단지 40대 에게만 중요하겠습니까. 모든 나이에, 인생에 저마다의 사이 줄줄이 얽혀 있겠지요. 모두가 무거운 어깨로 살아가는 세상, 미래가 불안한 걸 알면서도 어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세상입니다. 국장님은 을 때 영어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며 시작하려는 사업이 영어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였어요. 누구나 지나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운 일들이 있습니다. 국장님이 영어에 능숙하고, 아들이 요리를 시작한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을 테죠. 모든 지나온 것들이 내미는 얄미운 안타까움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게 내 인생이고 삶인 걸요.


  후회하지 않고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야속한 시간이 흘러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할 때, 안타까움과 미련에 파묻히지 않을 정도의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더불어 내가 지나온 궤적을 누군가가 따라올 수 있게 희미한 흔적이라도 남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100퍼센트 만족하는 삶이 없듯 심히 모자란 인생도 없습니다. 어쩌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다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긴장되고 설레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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