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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09. 2019

권리를 권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타인의 진심을 덥석 받을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이 필요한 때'


필리핀 세부 여행 틀 째. 늘은 여행의 하이라이트 섬투어 가는 날다.  부랴부랴 채비를 마치고 설렘을 가득 품 채 호텔 로비로 행했다. 픽업 시간 오전 8시. 그런데 20분이 지나도 우리를 반기는 차량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제 미리 확인해 보라고 했잖아."


(티 안 나게 이를 악물고) 예약한 아내에게 한소리 했다. 언제나 초긍정적인 마인드의 아내는 "예약한 곳에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에이~ 설마 안 오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예상치 못한 순간 상상하기도 싫은 그 설마는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미세한 확률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의 멘탈을 휘저었다.


예약 사이트에 새겨진 긴급 연락처는 수신 불가, 이른 시간이라 사무실 통화 불가능, 실시간 카카오톡 상담은 10시부터 가능하다는 기계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아이들의 달뜬 기분은 부모의 심기 불편한 표정 덕에 희미해지고, 불안한 아내는 노심초사, 성질 급한 아빠는 짜증에 물들어 가는 중이었. 그 수위는 호텔 로비에 우리 가족만 덩그러니 남음과 동시에 더욱더 고조되었다.


"긴급 연락처 저장하고 보이스톡으로 전화해 보자"라고 아내에게 말하고, 휴대폰 번호 저장 후 카카오톡 메시지로 담당자에게 상황을 알렸다. 9시경  전화다. 픽업 예약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바로 픽업 차량을 보내줬다.


"군데 픽업해야 하는데, 저희 실수로 누락됐습니다. 잘못은 저희가 한 거니까 픽업 기사분이나 현지 가이드에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국 담당자가 애처롭게 부탁했다고 아내가 알려다.  카톡에도 답변이 와 있었다. '담당자로서 실수한 것에 책임을 느끼고, 로비에서 오래 기다리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라는 내용이었. 화낼 생각도 없었지만, 담당자의 말 한마디에 불편했던 마음이 풀렸다.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사과 덕이라고나 할까. 사실 마음 한 곳에 담당자가 무슨 핑계를 대며 변명할까라는 삐딱한 생각을 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느낀 다.


"여행 일정에 크게 지장 없으니 섬투어가 즐겁도록 조금만 더 신경 써주세요."라는 답을 보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많은 사람이 비용을 지불했으니 권리를 찾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을 품고 살아다. 자기가 정한 만족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콤플레인을 해야만 부족한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여기면서. 업체의 이런 실수가 처음은 아닐 것다. 불같이 화내는 고객을 접해봤기에 몇 번이고 화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거겠지.


"이해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될 수 있도록 더더더 신경 쓰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받고 난 후 정말로 재미있는 일정이 시작됐다. 개인 기사가 픽업 와 아주 편하게 선착장에 도착했. 예정에 없던 제트스키를 타고 이미 출발한 배 추격전도 펼쳤다. 아내의 비명과 아이들의 환호성이 드넓은 바다를 가득 메웠다. 하루 종일 친절하고 유쾌한 필리핀 현지 가이드들과  행복한 추쌓았다.


픽업 누락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게 화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담당자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권리가 권력인 줄 착각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다. 기분 좋은 사과 한마디면 될 일을 기분 나쁜 호통으로 해결하려는 그런 모습. 낯설지 않은 풍경다. 자신의 잘못을 변명과 핑계로 넘기려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사과를 받아들이지 , 분노 표출하는 게 권리라는 착각도 만연한 시대다.


사과는 잘잘못을 따진 결과를 한쪽이 전적으로 짊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 평행을 이루는 평화로운 접점을 찾아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다. 때문에 진심이 느껴지는 작은 사과 한마디에도 경직된 마음 맥없이 풀리기도 한다. 각박한 세상에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의 우리. 작은 사과를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타인의 진심을 덥석 받을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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