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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13. 2019

대화의 본질을 잊은 사람 대처하는 방법

'불필요한 에너지 방출을 최소화 하자'


다섯 살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절규가 여전히 생생하다.


처갓집에 다녀오는 길. 충청도의 한 역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출발한 지 1~2분 정도 지났을까. 음악 소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음이 귀속으로 이닥쳤다. 열차 내 사람들 고개는 일제히 뒤쪽을 향했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한쪽 이어폰을 뺐다.


관계자 : 원칙상 열차를 멈출 수 없습니다. 해당 역에 연락하세요!


아   빠 : x발 그러니까 연락을 하라고! 다섯 살짜리 애가 못 탔다고!


관계자 : 그러니까 역으로 연락하시라고요!


아   빠 : 아니 무전 치면 금방 연락할 수 있을 거 아니야!


관계자 : 반말하고 소리를 지르세요?


아   빠 : 너도 소리 질렀잖아! 애가 못 탔다니까! 진짜!


관계자 : 역으로 연락하시라고요!


엄   마 : 우리가 역 연락처 찾는 거보다 빠를 거 아니야! 애가 혼자 있다고! 지금!


아이 엄마도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가세했다. KTX 직원과 부모의 요점을 벗어난 되돌이표 대화를 듣고 있자니  속이 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홀로 남겨진 아이는 뒷전이고 목청 데시벨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


대화를 중간부터 들었지만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에서 한 가족이 정신없이 열차에 탔는데, 다섯 살짜리 아이 혼자 못 탄 상황. 아이 아빠는 다급하게 열차를 세워 달라고 했고, 관계자는 열차를 세울 수도, 역주행할 수도 없다고 답변한 거. 다급한 아빠는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했고, 열차 관계자는 그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 나 몰라라 하면서 조치 없이 대치하는 상황. 죄 없는 아이만 점점 더 부모와 멀어지고 있었.


듣다 못한 한 어르신이 중재에 나섰다.


"그만 좀 하시고. 애가 지금 혼자 있다는데. 무전기로 연락해서 데리고 있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이 양반들 진짜 뭐 하는 거야."


이어폰으로 다시 귀를 막고 볼륨을 더 키웠다.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가 자신들 감정에 취해 싸우고 있는 모습, 화가 난다고 아이를 방치하는 관계자 모습에  심장이 벌렁이며 화를 내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화의 본질은 멀찌감치 밀어 버리고 감정싸움에 심취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다.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다시 말해 봐"로 시작되는 다툼 대부분이 대화의 본질에서 비껴 난 시비다.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말 꼬리잡기 게임.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도 싸움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당신? 너 몇 살이야? 얻다 대고 당신이래? 너 같은 자식이 있어!"

"나이 많아 좋겠다. 근데 나이를 어디로 먹었냐?"


이 같은 전개는 결론이 날 수 없다. 누군가 나서서 말려야만 끝나는 네버엔딩 싸움이. 많은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답답함을 느껴 본 적 있을 거. 친구, 배우자, 애인, 상사, 선배 또는 부모님. 결론 나지 않는 무한 반복의 아무 말 대잔치를 겪어 본 사람이면 이런 불통의 대화가 동반하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 그런 가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본격적인 설전이 벌어지기 직전 누구 한 명이 상대의 말에 수긍하면서 대화가 쉽게 종결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흥분하려던 마음이 식간에 가라앉는다. 대화가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순탄하게 일단락되는 뜻밖의 행운다. 이는 누구 하나가 손해 보는 게 아니다. 지는 것도 아니. 가뜩이나 사는 게 버거워 에너지 소모 많은 세상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방출을 사전에 방지하는 현명한 처사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발끈하지 않 경우, 자기가 잘한 줄(이긴 줄) 알고 오히려 목소리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이에 동요하고 반응하면 안 . 오히려 마음속으로 '잘됐다'라고 생각하는 게 이득이다.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인간이기 때문이. 결론 없는 말을 되풀이하는 악순환과 괜한 에너지 소모 피하는 게 상책다. 대응이 전략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말을 아껴야 . 괜한 변명과 화는 또 다른 변명과 분노를 만들지만, 적당한 침묵은 후회 예방 효과를 머금는다.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다. 몇 마디 나눠보고 말이 통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거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아니라도 내 생각(판단)의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다. 나만의 대응 기준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여 줄 테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그 다급함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장 열차를 세우라고 소리 지르는 대신 애가 혼자 역에 남았으니 빨리 역으로 연락 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을 건네었다면 어땠을까. 부모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전달돼 대화는 다툼 없이 짧게 마무리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와 '어'를 달리 받아들인다는 걸 늘 명심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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