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Feb 21. 2020

첫 출근 앞둔 사회 초년생에게 바치는 글

'이불 킥을 부른 출근 첫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


당황했다. 대기업이니 지원자가 많을 거고, 합격 여부나 출근 시기는 따로 연락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면접을 보자마자 출근하라고 했다. 대학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 경력도 많고 직장생활도 1년 남짓 했다. 조직 생활에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이라 사전 교육 없이 첫날부터 실전에 투입될 것 같아 조금 긴장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 명 남짓 있는 홍보 팀으로 출근했다. 앉자마자 업무 받았다. 사회 공헌 시상식에 사용할 상장과 현수막, 리플릿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디자인 프로그램 툴을 다루는 데는 익숙했지만 작업물 견본 양식이 없어 난감했다. 문구도 빈약했다. 덧붙일 게 많아 보였다. 어떻게 손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자리는 제일 구석,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일 시킨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시간이 갈수록 초조했다. 아무것도 한 거 없이 하루가 갔다. 업무 부탁한 선배가 퇴근 무렵 나타났다. "다 했어요?" 하늘이 무너졌다. 식은땀이 흐르고 당황해서 기절할 뻔했다. 외근 나갔던 다른 선배가 왔다. "얼른 퇴근해요"라며 나를 치우고 내 자리에 앉았다. 퇴근시키려는 의지가 강해 세상에서 제일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짐을 쌌다. 눈길은 자판과 마우스를 날아다니는 선배 손과 모니터에 쏠렸다. 온종일 붙들고 있던 일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잠들기 전까지 팀에서 긴급회의라도 했을 것 같은 불길한 기분에 휩싸였다.


'초짜도 아니고 사회생활했다는 놈이 하루 종일 버벅거리다 퇴근하란다고 진짜 퇴근하고 말이야. 자세가 글렀어. 아르바이트생 잘못 뽑은 것 같은데, 잘라 버리자!'


팀원들이 나를 성토하는 소리가 밤새 귓가에 맴돌았다. 할 수 있는 건 이불 킥 밖에 없었다. 설렜던 출근길이 하루 만에 불편해졌다.



1. 맨땅에 헤딩은 NO, 공을 먼저 찾아야


한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을 묻는 질문에 약 40%가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직원'이라고 답했다. 출근 첫날 내 모습이다. 넋 놓고 앉아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이 하는 짓을 했다. 아니 더 나아가 '퇴사시켜야 할'직원이 하는 짓이었다.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했으니까. 나이 서른에 뭐 어렵다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을까? "사회 공헌 담당자가 누구십니까?" 한마디만 했어도 쉽게 해결할 일이었다. 도움을 미루고 우물쭈물 버티는 건 업무 효율성에 반하는 태도다. 아르바이트 시절 선배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눈치 빠른 선배가 소심한 나를 지켜보다가 건넨 조언이다.


"모르면 시간 끌지 말고 그냥 빨리빨리 물어봐요."


어느 조직에든 임원, 팀장, 선배와 동료, 후배가 있다. 모두 같은 회사를 다녀도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따라서 업무 처리 방법을 비롯해 자기만의 노하우도 제각각이다. 똑같은 스마트폰을 써도 활용 능력이 다르 듯 사람도 문제 해결 능력이나 방법이 모두 다르다. 함께 일하는 선배가 어떤 노하우를 가졌는지 파악하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절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혼자 마음 조리며 질질 끌지 말고 주위 사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인적 네트워크는 필수다. 동료들과 가깝게 지내야 일하기 수월하다. 친분으로 업무를 대신해주는 건 아니지만 도움을 요청하기는 훨씬 수월하다.


회사에 숨겨진 보물도 자발적으로 찾아야 한다. 맡은 업무나 프로젝트와 관계된 기존 보고서라든지 전설의 선배가 만든 PPT 자료 등 회사 곳곳에는 부지런한 자만이 찾을 수 있는 보물이 많다. 완벽한 보고서는 학창 시절 참고서만큼이나 유용한 정보지다. 응용하면서 적용하면 금세 형식을 익힐 수 있다. 과거 데이터는 회사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회사가 원하는 보고서가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력과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 실력이 된다. 출근 첫날 버벅거린 이유도 회사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찾지 못해서다. 뭐든 맨땅에 헤딩은 힘들다.


귀한 자료는 아무나 얻을 수 없다. 배우려는 자세로 열정을 보여야 선배도 기분 좋게 도움을 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선후배,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2. 도움받는 것도 능력


조직 개편을 했다. 팀 선배 업무가 다른 팀 후배에게 넘어갔다. 까다로운 업무였다. 선배는 꼼꼼하게 인수인계를 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라는 말이 화근이었을까. 후배는 시도 때도 없이 선배에게 메신저 폭탄을 날렸다. 며칠 참던 선배가 후배에게 전화했다.


"모르면 직접 찾아와서 한 번에 물어봐!"


궁금한 내용을 정리해 직접 찾아갔다면 친절한 도움을 받았을 거다. 배우려는 의지는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무식해도 되는 시기는 사회 초년생 때 밖에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이때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회초년생 시절에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다. 경력이 쌓인 후에 모르는 게 정말 창피한 거다. 모르는 것을 질문해서 알아내는 것도 능력이다.


회사가 한창 바쁠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 빼고 모두가 정신없이 바빴다. 도움 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선배 도움이 절실했다. 팀에 피해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조금 덜 바빠 보이는 선배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되묻지 않고 무조건 받아 적었다. 받아 적은 업무 내용을 정독하면서 열심히 일을 배웠다. 평일에 끝내지 못한 일은 주말에 마무리했다. 그런데 처음 하는 일이 많아 결과물이 신통치 않았다. 속상했다. 팀에 민폐가 될까 봐 걱정했다.


"인생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공의 비결 몇 가지는 이런 것이다. 날마다 자기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 남다른 열심을 가지는 것, 매일을 중요하게 간주하는 것이다."


미국 작가 월리엄 펠프스의 말이 통했다. 한 선배가 팀장에게 '아르바이트생이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한다'라고 말했다. '열심히'라는 태도 하나로 인정받았다. 아르바이트 기간을 연장하는 계기가 됐고, 더욱 의욕적으로 일하는 도화선이 됐다.


일본 경제지 《다임》에서 '젊은 나이에 회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특징'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상사 복이다. 성과를 냈을 때 알아주고 평가를 좋게 해주는 상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경력이 얕고 경험도 부족하다. 조력자가 필요한데 그 역할이 바로 상사다. 상사 복을 누리고 싶다면 자신이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배우기 위해 먼저 다가서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먼저 입사해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모든 선배가 바로 조력자다.



3. 나에게 주는 선물 '자신감'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사람, 대부분의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렇게 보이려고 애쓴다. 그러나 입사하 점점 작아다. 꿈에 그리던 곳이 미지의 세계로 둔갑한다. 자신을 낮추고 탐색전에 돌입한다.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 낯선 문화가 버겁고, 모든 일에 확신이 없다. 자신감은 방전된다. 면접 때 쩌렁쩌렁하던 목소리는 기어들고 소심하게 행동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기억할 사실이 있다. 당당해 보이는 상사나 선배도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불안하지만 자신감이 붙으면 한 손을 놓기도 하고, 양손을 놓고 자유자재로 운전한다. 직장생활에서도 첫 순간을 잘 극복해야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감 키우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지즉위진간知卽爲眞看 실천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더 많이 보기 위해서 더욱 배움에 정진하라'라는 뜻이다. 눈에 띄고 싶고, 말을 하고 싶은 회의가 있는 반면 숨고 싶고, 가슴 콩닥콩닥 뛰는 회의 시간도 있다. 준비를 얼마나 철저하게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주는 자신감의 차이다. 어떤 자리에서든 아는 것이 많으면 말이 술술 튀어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발언은 줄어든다. 우선 맡은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선배나 상사의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두 번째는 몸을 활짝 여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에이미 커디(Amy Cuddy) 교수는 '파워 포징(power posing)' 기법으로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명 원더우먼 자세를 취하는 거다. 가슴을 내밀고 양손은 허리에 올리는 동작을 2분간만 취해도 면접이나 발표 시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직장생활에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방법이다. 당당한 자세, 곧 자신감이다.


세 번째는 마인드컨트롤이다. <매일매일 쌓아가는 자신감>의 저자 데이비드 로런스 프레스턴(David Lawrence Preston)은 매일 15분 아이티아(I-T-I-A Formula) 실천으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감을 쌓겠다는 목적(Intention)을 확고히 하고 스스로 자신감 있는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라', '나는 안 될 거라는 사고방식(Thinking)을 나는 된다로 바꿔라', '스스로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고 상상(Imagination)해라', '이미 자신감이 충분한 사람으로 행동(Act)하라'라고 조언한다.


당황스러운 일이 빈번한 직장에서 자신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신감을 키우고 정신력으로 무장해 강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우선이다. 자기 신뢰는 스스로를 믿고 의지하는 단초다. 이는 자신감으로 드러난다. 이를 기반으로 실력까지 쌓는다면 앞날은 뻔하다.


:: 이제는 롱런이다 1화 보기 :: <서른 살의 시작, 아르바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 살의 시작, 아르바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